내가 살아온 발자취 같았다.
2021년 12월, 밴드 웨이스티드 쟈니스 시즌1 종료글을 읽고 나서 썼던 글을 브런치로 옮겨본다.
밴드 웨이스티드 쟈니스 (웨쟈)가 2021년 12월 22일 부로 시즌1을 종료했다. 오랜 기다림이었기에 어쩌면 끝이 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코시국에 없어지는 밴드가 워낙 많으니 더 그랬고.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 하려고 했다. 실은 2집 나온다, 나온다 하면서도 소식이 없던 한동안은 그랬다.
그러나 막상 끝을 알리는 글을 읽으니 눈물이 핑 도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웨쟈는 내 20대의 전부에 가까웠다. 이유 모를 절망과 우울 속에서 만나 더 그랬다. 모든 걸 다 태워서 사랑했다고 감히 말 할 수 있을 만큼 애정을 쏟았다. 그게 서로에게 좋았는 지는 확답하지 못하겠다. 아무튼 웨쟈가 첫 EP를 낸 후에 입덕을 하고, 밴드와 같이 나도 자랐다. 속절 없는 젊음을 태우고, 절망과 우울을 소리치고, 같이 Get wasted! 하며 몇 년을 지냈다. 못 가본 공연이 손을 꼽을 정도였다. 웨쟈는 미친 락큰롤로 내 불안을 안아줬고, 나는 웨쟈의 현재를 안아주려고 하긴 했다. 내가 좋은 오타쿠였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거지 같은 인생, 놀아서 태워버리자는 심정으로 웨쟈를 사랑했고, 그 공연들을 즐겼다. 온 마음과 체력을 다해서.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생겼다. 될 듯, 될 듯 안 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이 이상은 어려워 라는 메시지가 명확했다. 그래도 내가 알아봤듯이, 세상이 언젠가는 웨쟈를 알아봐 줄 것이라 믿었다. 그들의 음악과 가사는 절망 중인 사람을 울게 하고, 위로하는 힘이 있었으니까. 근데 그건 내 바람이었더라.
멤버가 바뀌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악조건 속에서도 멈추지 않으려 하는 게 보여서 그 바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언젠가는. 늘 그렇게 바라고 바랐다. 온 세상이 이 밴드를 사랑할 날이 오기를. 그러나 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들 지쳤다.
어느새 나는 좋은 말을 하려고 애썼다. 그건 웨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 좀 나을 것 같았다. 알고 있지만 기대하는 마음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점점 작아졌지만 그래도 존재해줌에, 앨범 작업을 이어가줌에 고마워했다. 그냥 있어줘서 고마웠다. 내 20대가 모조리 녹아있어서 그랬고, 위로이자 힘이었던 밴드가 이름만이라도 있길 바랐으니까. 사라지는 건 내심 너무 두려웠다.
결국 그 날이 왔다. 덤덤하게 잘 보내주려고 애쓴다. 영원한 끝이 아니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음악을 하든 다른 일을 하든 하며 열심히 살아갈 테니까. 그래도 일개 오타쿠로서 아쉬운 건, 존재만이라도 남아주길 바랐던 것이 깨져서 일 거다. 또 마지막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SNS라는 것도 애석해서 일 거다. 전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화끈한 이별이 아니라 잠잠하고 조용한 이별이란게 웨쟈와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다. 정말 전염병이 모든 걸 망치네.
슬프고 어쩌고 그런 감정은 금방 정리될 거다. (실제로 그러했다.) 각자가 괴로워하며 음악하기를 원하진 않으니까. 그리고 그 선택에 내가 뭐라고 말을 얹을 자격은 없으니. 무엇보다 영원한 끝이 아니잖아.
나의 20대는 웨쟈가 있어서 정말 즐거웠고, 30대의 일부분도 늘 위로를 얻었다. 나에게 밴드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내가 살아온 발자취 같았다. 그들의 앨범의 색, 곡의 느낌이 달라져 온 것처럼 내 마음도 같이 나아져왔다. 함께 땀흘리고 술마시며 뛰어 놀 순 없겠지만 노래를 들을 때면, 늘 그 때로 돌아가는 기분일 거다. 고마웠다. 그리고 너무 수고했다. 웨쟈가 수고하고, 미친 듯이 몰두하던 모든 것을 나는 그저 좋아했을 뿐이다. 지금 같은 마음이 그때도 적용되었다면 더 좋았을 거다. 다시 돌아가면 이유 불문하고 더 사랑하고, 그저 좋다고 할 거다. 그런다면 끝이 오는 걸 막을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슬프고 아쉬운 건 이제 그만. 너무 고맙기에, 힘들었던 것도 알기에. 사랑한 나의 웨쟈, Good night, good night. Sweet Dream, my sweet.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AeZiKfT1p1NkclhI_ix3OdsbGzfsWx1L
+) 이 밴드의 심볼이자 모든 곡을 쓴 안지는 지금 1달1곡 프로젝트를 통해 솔로로 또 밴드 데디오 레디오의 보컬이자 베이시스트로서 정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