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궁금하게 하는 연주자, 싱어송라이터
기타리스트 김인후 씨를 처음 알게 된 건, 밴드 텔레플라이를 접하고 나서였다. 당시에는 사이키델릭 밴드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로서 활동을 했었다. 초반의 앨범은 내 취향이 정말로 아니었기에 나에게는 그저 연주가 죽이는 밴드 중 하나였었다. 그런 그를 다시 보게 된 건, 그의 공연이 아니라 공교롭게도 다른 밴드의 단독공연이었다.
줄리아드림을 좋아하던 시기였고, 그들의 첫 단독공연에서 김인후 씨는 위 곡의 피쳐링 기타리스트로 함께 무대에 섰다. 줄리아드림의 박준형 씨도 멋진 기타리스트고, 둘 다 각각 다른 매력이 있는 기타리스트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개인적으로 이 무대를 너무나도 인상깊게 보았고, 김인후 씨가 제대로된 블루스 음악을 가지고 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사실 저 당시에 덕질하던 밴드가 너무 많아서 마음 속 방 한 칸을 내어드리기가 참 애매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간간히 공연만 보고, 앨범만 듣던 시기가 지난 어느 날이었다.
아마 이 곡을 서두에 언급한 구원하소서 보다 먼저 알게된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곡을 알던 시점의 나는 우울을 너무나도 심하게 앓고 있었고, 곡의 가사가 마음을 너무나도 제대로 찌르고, 쳐대서 몇 번이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뒤이어 구원하소서를 접하고서는 이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기에 이런 가사와 곡을 썼는가 허공에 질문하며 반복 재생도 했었다. 2019년 여름, 우울 속에 잠겨가던 나는 이 두 곡을 한참 동안 들었다. 그렇게.
뜨겁게 일렁이는 내 눈 밖의 풍경으로 어딘가 나의 마음 스미게 한 저 노을이
나를 꼭 안아주며 조금씩 더 멀어져가네 너에게 닿지 못해 널 안아줄 수가 없네
이제야 널 만났는데 나와는 상관 없는 저 바람에 밀려가네.
널 원한 건, 내가 아닌데 나와는 상관 없는 저 바람에 밀려가네.
날 멈추게 해주오. 날 멈추게 해주오.
-바람의 서, 중에서.
그대 내 가슴에 사랑의 입맞춤을 내려주소서 목 말라 있는 내게
단 한 번이라도 희망의 눈빛으로 인도하소서 헤매고 있는 내게
지금 이 순간에 그대와 나를 거룩하게 하소서 사랑에 빠진 내게
-구원하소서, 중에서.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5Nkk_EMNViD5DR1hU1tnzei97qZr-a5o
내가 원하던 궁극의 앨범이 나왔다. Telefly 3집 그랬고, 그렇게 언제나. 텔레플라이는 이전에 동양 철학, 사상이 짙게 묻어나는 곡들 혹은 사이키델릭 무드가 짙은 곡들을 앨범에 가득 담았었는데 이 앨범은 전체가 블루스와 재즈가 제대로 조화를 이룬 앨범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앨범이 발매되던 시점에 내 마음은 그 전보다는 나아졌으나 그래도 복닥거리는 건 여전했다. 그리고 이 앨범은 기어이 내 눈에서 눈물을 뽑아 내고 말았는데 (진짜 울지는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곡인 '주책없는 눈물' 때문이었다.
오로지 연주만으로도 사람을 공감하게도, 울릴 수도 있고, 궁금하게도 만들 수 있다는 걸 이 곡을 통해 알게 되었다. 사실 저 공연에서 끝까지 저 곡을 해주지 않기에 용기내서 앵콜로 신청했었다. 정말 듣고 싶었고, 오직 저 곡 하나만 들어도 괜찮다 생각하며 갔던 날이었으니까. 그리고 예상하지도 못하게 그 다음 날부터 무척이나 바빠져 제대로 공연을 보러갈 수가 없게 되었기도 했고. 정말 좋은 앨범과 좋은 연주를 알게 되었지만 말그대로 '혐생'에 갇혀 앨범만 듣게 되는 비극이 일어나고 말았다.
* 이전 앨범 무릉도원, Avalokitesvara도 정말 굉장한 앨범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특히 Avalokitesvara의 '신'은 내 최애곡이다.
그러나 비극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텔레플라이가 활동을 중단하는 사태에 이르고 만다. 그렇게 나는 라이브 공연을 딱 한 번 보고 덕질을 끝내게 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그리고 강제로 덕질이 종료된 상황에 처하니 더 기다리고, 버티게 되어서 김인후 씨가 새로운 밴드를 만들었단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재즈 밴드를 만들어 오로지 연주만으로 공연을 꽉 채우는 세팅으로 돌아왔다. 그가 쓰는 가사도 좋아하지만 연주도 그만큼도 좋아하기에 너무나도 반가웠다. 사실, 이대로 공연을 하지 않을까봐 내심 두려워 했기에 더 그랬을 지도 모르겠다. 재즈 밴드이긴 하나 이전처럼 동양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곡들이라 신선하고, 재미있다.
김인후 씨 특유의 화려한 연주도, 이전보다 단단한 느낌의 연주도, 오래 보지 못하고 궁금해만 했던 부드러운 연주를 전부 볼 수 있는 밴드라 모든 공연을 챙겨보고 있다. 볼 때마다 다르다는 것도 참 신선하고. (생각해보니 이 사람 공연은 늘 그랬다. 볼 때마다 달랐다. 볼 때마다 다르니 여전하다고 해야하나.) 텔레플라이 때도 그렇고, 청룡당도 그렇고 마음에 닿거나 위로가 되는 연주와 곡을 이야기해오는데 그 의도가 나라는 사람에게는 늘 정말 제대로 와닿았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늘 공연만 보고 도망치기 바쁘지만.
제목을 '나를 구원하소서'라고 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 사람의 연주는 늘 다음을 궁금하게 하고, 이 사람의 음악은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안정을 찾게 해준다. 굉장히 스케일이 큰 곡은 설렘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 다음 올 안정을 위한 추진력에 가깝다. 연주만으로도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모든 공연을 가는 길이 힘들어도 돌아올 땐 괜찮을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또 들었던 곡을 곱씹으며 다음을 기대하고.
청룡당은 현재 잠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 중이다. 혹시나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은 하고는 있지만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돌아와줄 거란 결론을 홀로 내리고, 기다리고 있다. 좋은 연주는 언제나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그 닿음은 기록이 돼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진다. 나는 이 연주자에게 그런 역할을 잠시나마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받은 위로에 대한 아주 작은 감사 표현으로 말이다. 그러니 부디 언제까지나 나를 구원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