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처럼 밀려오는
당신들의 절망마저 사랑한다, 피에타

그 파도에 휩쓸려 가도 상관없을만큼.

by 장덕우


https://youtu.be/BmhUemW0m-w

이 영상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좋아하게 될 거라 생각조차 못했지.



밴드 피에타(PIETA)를 처음 알게된 건, 공연이나 앨범을 통해서가 아니라 기타리스트 한승찬 씨 덕분이었다. 이전에 그가 속했던 밴드를, 그리고 그의 연주를 좋아했었기에 새로운 활동을 시작해주길 바라던 차였다. 그가 새로운 밴드의 기타리스트로서 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연을 보러 갔었다. 그때 당시에 주력으로 활동하던 곡들과 첫 번째 EP는 크게 인상깊게 다가오진 못했는데 (B-Side는 강력추천...!) 당시에는 피에타가 하고 있는 장르보단 더 하드한 장르들을 선호하던 때라 그랬던 것 같다. 다만, 그래도 그의 연주는 참 좋아서 기회가 닿으면 계속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넘어갔었다.


https://youtu.be/I6W9gQs6Lks

마음에 영원토록 남을 명반, 피에타의 밀항(Escape)


피에타가 내 마음에 제대로 들어오게 된 건, 2019년에 그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 '밀항 (Escape)'이 큰 계기가 되었다. 우울과 절망에 잠겨가고 있던 때, 이 앨범을 알게 되었고 한 곡, 한 곡이 내 마음을 후벼파는 기분이었다. (나쁜 의미는 아님) 제목에 쓴 대로 앨범을 만들어낸 피에타 멤버들이 느끼는 각자의 절망이든, 우울이든 그 모든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얕은 공감을 한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혹은 피에타의 음악들이 내 우울과 절망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앨범을 들으며 넘실대는 우울과 절망을 충분히 느끼고, 공감했다.


밀항 속 모든 곡들은 외로움, 쓸쓸함이 주된 정서로 깔려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사무치게 와닿기보다는 참 낭만적인 장면들이 떠오르는 느낌이다. 밀항이라는 제목처럼 바다와 해변이 떠오르는 곡들이 참 많고, 물과 가라앉는 이미지가 보이는 곡들도 있다. 특히 표류, 난파선, Home은 내 눈물과 우울에 함께 가라 앉는 기분을 들게하는 곡들이다.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부정적인 감정을 들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세게 공감을 하며 위로를 받는 기분이므로 결코 나쁘게 표현한 것이 아님을...)


https://youtu.be/EpwqRnez5Gk


하지만 나는 이 앨범에서 가장 바다가 생각나지 않는 Sunset이라는 곡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곡이 주는 낭만적인 분위기 속 느껴지는 쓸쓸함이 너무나도 좋다. '오늘 여기서 도망칠까.', '그 얘긴 내일 해, 정말 내일 해. 뜨거웠던 그 때 그 마음으로 어제와 같은 하루를 살자.'라는 가사도 너무 좋다. 연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도 종종 퇴근길에 Sunset을 들으며 쓸쓸한 마음을 달래고, 또 공감하기도 한다.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XwjTask4DvZmCD6ksmZQcONGXU9FKT8N


이 앨범을 통해 피에타를 다시 알게 되고, 종종 그들의 공연을 챙겨보곤 했었다. (자주하진 않음...) 2020년에 망원 아이다호에서 했던 공연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아마도 좋아하는 곡들을 거의 다 해줘서 그런 것 같다. (B-SIDE, Sunset, 난파선 등) 작은 공간에서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던 음악과 연주가 주던 위로는 잊을 수가 없다. 그대로 시간이 멈추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는 피에타도 피해가지 못했고,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2집을 기다려야만 했다.



https://youtu.be/60CAkIafWxo



그리고 올해 3월, 피에타는 전보다 더 무거운 고독과 절망이 느껴지는 2집 앨범 '동정에 대하여'로 돌아왔다. 긴 침묵 동안 느꼈던 감정들을 모조리 앨범에 담은 듯 했다. 밀항은 파도처럼 감정들이 밀려와 함께 천천히 가라 앉는 느낌이었다면, 동정에 대하여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내 자신을 잃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감정에 휘말린다해도 상관 없을 정도로 앨범이 너무나도 좋았다.


https://youtu.be/tXffr99o59Y

지독한 기타콜렉터도 아니고...



단독공연에서 본 무대들은 음원보다 훨씬 임팩트가 컸다. 특히, 타이틀 곡 동정에 대하여의 임팩트는 굉장했다. 무대에서의 호흡과 에너지까지 봐야만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신이여,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노래하지만 동정에 가까운 자비는 필요 없다는 것 같았고 오히려 온전한 자비를 간곡히 바라며 절규하는 느낌이었다. 이전 보다 감정의 무게가 훨씬 무거워졌지만 그게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피에타다워서 보는 내내 감정이 꽉꽉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고 그 상태가 너무나 좋았다.


https://youtu.be/85u00FeaqBk


동정에 대하여 외에도 한곡, 한곡 너무 좋지만 가장 마음을 아껴가며 들었던 곡은 나의 종말이다. 곡도 좋지만 잊혀짐을 '나의 종말'로 표현한 가사가 너무나도 좋았다. 그리고 잔잔하고 무게감 있게 흘러가던 곡이 막바지에 종말을 거부하는 듯이 폭발하는 것도 좋고.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XwjTask4DvY76g7cegOwGaIBu-imVk-x


괴로운 시간과 감정들을 모조리 다 음악에 쏟아냈기에 피에타는 이전보다도 더 휘몰아치는 공연을 하고 있다. (어제 보고 와서 든 개인적인...생각...) 이렇게까지 모든 걸 쏟아야 하나,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덕분에 나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불안과 고독을 함께 쏟아내는 기분이 든다. 정말로, 파도처럼 밀려오는 당신들의 절망마저도 사랑한다. 나 자신이 휩쓸려가도 상관 없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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