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근하려고 집 앞을 나선 시간이 7시쯤이었다.
소멸할 것 같은 초승달이 까만색이기만 한 나무들 위로 있었다. '이렇게 어두울 때 출근하다니 밤 같아'라고 말하고 차에 탔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분명 밤과 다르다. 어둡다고 다 밤은 아닌 게 밤의 공기에서는 박하향 같은 게 느껴지지 않는다. 밤의 길가에서는 낯선 기운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나 이맘때의 새벽은 잘 익은 새벽이라고 할까? 내가 생각하는 새벽 다움이 가장 짙어지는 시기이다.
잠이 잘 없는 나도 새벽을 마주 보는 일은 흔하지 않다. 새벽을 제대로 보는 건 컨디션, 처한 상황 같은 여러 가지가 잘 갖춰져야 하는 꽤 까다로운 일이기 때문에 이렇게 가끔 멀끔히 마주보는 새벽은 오랜만에 만난 사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 이 시간쯤이 이렇지 맞아' 하고 둘러보게 되는 잘 익은 5시~7시 사이의 이른 새벽
오늘 출근하며 든 생각인데, 가끔 주말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새벽이 머무는 시간에 나도 잠깐 어울리고 싶다. 휴대폰도 책도 보지 않고 새벽이 가기까지 가만히 머무름으로 있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