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때 할머니 생신날 가진 돈 3천 원을 들고 꽃집에 갔었다.
'3천 원으로 무슨 꽃을 살 수 있어요?' 그 돈이면 고작 장미꽃 몇 송이의 꽃다발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어린 나의 체구에 한아름 들어맞는 안개 꽃다발을 사들고 외갓집을 간 적이 있었다. 하얀 장미, 혹은 수선화나 백합이 몇십 송이나 되는 것처럼 끌어안고 말이다.
그런데 할머니 옆에는 생신을 축하드린다는 리본이 달린 커다란 꽃바구니가 몇 개씩이나 놓여 있었다. 나의 안개꽃 다발은 꽃으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화려한 치장의 바구니들이었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조금 억울하고, 창피하고, 심통 나기도 했던
추억해야 느껴지는 기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