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부슬부슬하게 내리는 비는 우산 없이 걷는 어깨에 코에 볼에 조금씩 스몄다.
바닥도 마찬가지다. 빗물이 고일만큼은 아니지만 색이 더 짙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빗소리가 막 나지 않지만 온통 스며들 정도
오후에 가슴이 답답해져서 회사 건물 맞은편 지하에 있는 꽃집에서 작은 다발로 파는 '오늘의 꽃다발'을 하나 사 왔다. 우산 없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가 재빨리 건너가서 사온 덕에 비는 꽤 피했다고 생각했지만, 손에 쥔 꽃다발 비닐 포장에 물방울이 제법 모여들어 있었다. 비가 온 것도, 오지 않은 것도 같은 하루였는데 사실 이동하는 어디에나 빗물이 스몄던 셈이다.
이렇게 휴휴하는 기운 빠진 비가 내리는 날은 오히려 더 비를 피하기 어렵다.
온전히 집중하지도 않지만 어쨌거나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비가 오네, 아직 비가 오네, 여전히 비가 오네
버리고 싶은 기억처럼 하루 종일 축축한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