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건너는 기억의 사다리

하루를 접어 마음에 두는 밤

by 여백의 밤


간직하고 싶은 하루는


눈 깜박할 사이

아득히 멀어지고



버리고 싶은 하루는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아

좀처럼 사라지지 않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막을 수 없는 파도처럼 연달아

밀려올 때면


언제나 그렇듯


겉보기엔 말끔한

부드러운 모래사장처럼


마음을 고요히 쓸어내리는

법을 배워가



해가 지고 달이 오르듯

어쩌면 너무도 당연해서


당연하지 않은

저마다의 무게를 지닌 하루가

지나고 또 지나가면



어떤 하루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눈부시게 행복하고 완벽하며



어떤 하루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지치고 눈물마저 고단해질 만큼

슬프기도



어떤 하루는


지루하도록 평범해서

무뎌진 감각을 마음 깊은 곳에

묻은 채 무미건조하게 살아가기도



그러다 문득


그 모든 순간들이 조각처럼 이어져

하나의 하루가 되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슬며시 다가오며


나를 감싸 안아



오늘 밤만큼은

따뜻한 이불속에서


두둥실 떠오르는 감정들을

찬찬히 들여다봐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언제나

내 손을 잠시 잡아주었다가


어디론가 홀연히 떠나가지만


매일 나를 살아가게 하는

따스한 온기를 지닌 공기가


오늘 하루를 가득히 채워



그럼 나는

언제나 내편인

공기에 기대어 숨을 고르고


떠오르는 물방울에 나를 비춰

있는 그대로 바라봐



창가에 아득히 저물어가는

노을빛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무탈히 지나가는 하루야



차고 넘쳤던 추억들로 만든

기억의 사다리는


때로는 잊혀지고

때로는 되살아나는 시간을


보이지 않는 선으로

영원히 연결해



울고

웃고

행복하고

설렜던 하루들이


마음에 가만히 차오르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하루에 온전히 닿을 수 있게 되지



서로를 보며 여한이 없도록 웃고

서로의 기쁨을 한없이 축하해 주며

매일을 사랑하고



함께 아파하고

힘이 되어주려 애쓰며

더이상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무심한 세상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저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를

온전히 느끼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면


어떤 하루가 찾아와도


마음 한 켠에 조용히 접어

오롯이 간직할 수 있을 거야



기억으로 엮어 만든

그 사다리 어딘가에


하루를 하나씩 걸어두고

언제든지 꺼내보고


천천히 내려와

추억할 수 있게



어떤 하루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