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비행기에 올랐던 8월의 어느 날을 기억한다.
비행기가 오르내릴 때의 감각을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똑바로 뜨고 창밖을 보게 되는 이유가 있다.
세상이 작아지는 걸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닌 듯한 기분.
모든 게 보잘것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이 거대한 땅덩어리 위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위에 작디작은 인간들이 나름의 인생을 살아보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된다.
내가 온 마음을 다해서 좋아하는 대상도, 문득 너무 버겁게 느껴지는 일들도 그저 그렇게 애쓰는 삶의 일부일 뿐이다. 아주 크고 넓은 세상에서 티끌만큼 작은, 수많은 삶의 하나,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일부. 왠지 위로를 받은 것만 같다.
그렇게 사소한 개인의 인생일 뿐이니 힘들어하고 미워하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기보다는, 좋은 걸 즐기려고 노력하면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
가끔은 쓰면 뱉고 단것만 삼키면서 살아도 괜찮겠구나 싶은 마음이다.
하염없이 생각을 하다 보면 어느덧 비행기는 더 높은 하늘을 날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아주 행복한 상태를 '구름 위를 걷는 기분'에 빗대어 표현하는데, 그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된다. 뭉게구름을 발아래에 두고 탁 트인 하늘을 보면 '자유'와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말들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이런 자유로움을 행복이라고 부르는 걸까?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된 건, 내가 스스로를 행복을 좇으며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그런데 언젠가 무언가를 열심히 추구한다는 건 사실 그것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행복을 좇아 사는 나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인가?
꼬리를 물고 나온 질문에 대해 한참을 생각했다. 이 세상에 좋아하는 게 참 많은 나. 그리고 무언가를 좋아하는 게 쉬운 만큼 무언가를 쉽게 싫어하기도 하는 나. 삶에서 행복할 이유도, 불행할 이유도 찾을 수 있는데 내가 어느 한 쪽이라고 말해도 되는 걸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 민감한 사람이다. 소소한 행복에 민감해서 하나하나 찾아 즐길 줄 알고, 소소한 불행에는 조금 더 민감해서 종종 힘겨워한다.
내가 되뇌어온 '내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라는 말은, 지금 행복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불행에는 조금 무뎌지고, 내 눈에 보이는 행복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는 뜻일 뿐이다.
이와 같은 지향을 가진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 저마다의 일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쫓아 살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나와 닮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그간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본다.
우리의 인생이 아주 작은 찰나일 뿐이라면, 사소한 행복도 크게 만끽할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 마음 한편에 구름을 담아보자.
언제든 그 위에 올라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2022. 12. 18.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