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조이 Vol.1 집이 없어
단 하나의 작품, 오직 한 명의 작가, 오로지 팬만을 위한 국내 최초 웹툰 전문 매거진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매거진 조이(magazine JOY)』가 발간되었다.
웹툰(Webtoon)은 인터넷 플랫폼에서 주로 주간으로 연재되는 만화로, 컴퓨터 모니터로 읽히던 2000년대 초반을 지나 이제는 스마트폰 스크린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출퇴근길과 등하굣길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연재가 끝난 작품은 완결 웹툰 카테고리로 넘어가고, 그렇게 쌓인 완결작은 직접 검색하지 않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다산북스는 『매거진 조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그들이 사랑했던 웹툰을 즐길 새로운 기회를 선사한다. 연재가 끝난 후 책장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설렘과 감동을 다시금 불러올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출판사의 말처럼, 만화 단행본과는 또 다른 내용을 제공하며 수년간 함께 달려온 독자들이 연재 당시 느꼈던 감동과 여운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한다.
매거진 조이는 최근에 완결된 네이버 웹툰 <집이 없어>를 주제로 그 첫 번째 호를 채웠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7년에 걸쳐 연재되어 온 와난 작가의 <집이 없어>는, 말 그대로 집이 없어 학교의 낡은 기숙사에서 살게 된 해준과 은영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이때 '집'은 단순히 숙식을 해결할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장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 안에서의 집은 '힘들고 지칠 때 빨리 오고 싶어지는'. 몸과 마음이 모두 편안하고 안전한 보금자리이다. 저마다의 이유로 집을 잃은 - 혹은, 애초에 집을 가져본 적 없는 - 아이들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서로 날 세우고, 다투고, 화해하기를 반복한다.
수록된 평론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이 이야기의 독특한 점은 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독자들이 동참한다는 데 있다. 해준과 은영은 첫 만남부터 그리 좋지 않았다. 돈을 훔친 은영과 그것을 되돌려 받으려는 해준. 상황이 꼬여 낡아빠진 구 기숙사에 함께 살아야 하는 두 인물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여러 차례 실패하고, 서로를 열심히 미워하고 원망한다.
이들의 일상에 하나둘 스며드는 주변 인물들 - 주완, 마리, 하라, 민주 등 - 에 대해서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이들에 대해서 인물들의, 그리고 독자들의 평가는 몇 번이고 뒤바뀐다. 철없고 무책임한 아이에서, 저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로.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아이에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아이로. 그리고 그 모습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인물을 미워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응원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독자는 이를 읽는 본인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을 미워하기란 쉽다. 이는 이해가 되어버리면 미워할 수 없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알아감과 받아들임의 경험을 안겨준다는 점이야말로 <집이 없어>가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온 이유가 아닐까 싶다.
본 잡지는 웹툰 <집이 없어>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시작하는데, 매거진 조이가 '단 하나의 작품'을 위한 잡지로서 얼마나 큰 애정을 담아 제작되었는지 엿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
바로 에피소드의 표지 모음이다. <집이 없어>는 연재되는 동안 각 에피소드가 진행됨에 따라 같은 구도 안에서도 내용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표지가 특징적이었는데, 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모아둔 것이다. 이는 독자들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느꼈던 감정 변화를 집약적으로 상기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어 이 웹툰을 창작한 와난 작가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는 작가 인터뷰가 나온다. <집이 없어>를 구상하게 된 계기부터 창작 과정에서 변화한 지점과 그 이유, 세밀한 캐릭터 묘사에서 중점을 두었던 지점들을 작가의 말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작업 환경이나 업무 루틴, 그리고 세세한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어 일곱 편의 전문가 평론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야말로 매거진 조이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집이 없어>는 길었던 연재 기간, 다양한 등장인물에 걸맞게 관통하는 수많은 메시지가 존재한다. 각 평론가들은 저마다의 시선에서 감명 깊었던 지점을 재조명한다. 이들의 단어를 따라가면서, 어렴풋한 감정으로만 남아있던 감상이나 좋았음에도 금방 잊었던 부분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게 된다. 평론에 언급된 웹툰의 일부가 수록된 것은 단행본이 없는 <집이 없어>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는 아주 반가운 사실이기도 하다.
페이지를 모두 넘긴 끝에 들었던 생각은, 적어도 이 매거진을 읽는 동안은 우리 모두의 최애 웹툰이 <집이 없어>임이 분명하다는 것이었다. 책에 목소리를 더한 이들도, 그것을 읽는 나도 이 이야기에 큰 울림을 느낀 것이 틀림 없었다. 문장 하나 하나에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게 묻어 있었고, 나는 그에 공감했다. 위로를 받은 이들은 아낌 없는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는, 그런 고마운 작품.
처음 문화초대 공지에서 웹툰 전문 매거진이라는 소개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반가움이었다. 도서의 경우 어릴 적에는 독서감상문의 형태로, 이후에는 서평이라는 이름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익숙하다. 그리고 영화나 공연 리뷰 역시 상대적으로 접하기 쉽다. 반면 웹툰/만화의 경우 댓글창이 아닌 공간에서 긴 호흡의 글로 그 감상을 듣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어릴 적에는 모니터 앞에서, 이제는 지하철 안에서, 자기 전에 한 번, 짧지만 오래오래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취미가 된 웹툰. 어떤 작품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지루함을 달래주고, 어떤 작품은 기대 이상의 울림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단순히 소비하고 감상하는 것 이상으로 즐길 방식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찰나에 이러한 책이 만들어진 것이 기쁘다.
<집이 없어>에 대한 생각도, 웹툰에 대한 생각도 정리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매거진 조이에 감사를 표하며, 웹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이 책을 들여다보기를 권하고 싶다.
아트인사이트Ⅰhttps://www.artinsight.co.kr
본 포스트는 아트인사이트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