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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 Jun 09. 2020

일기쓰기로 수학적 사고를 경험했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 등교하는 것이 더 어색해졌다. 이젠 좀 잠잠해져서 일주일에 2번 학교에 등교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은 아이는 기쁜 마음에 잠까지 설쳤는데 최근 일어나 일들이 이마저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아이의 반 학생수는 22명인데 월요일은 홀수번 아이들만 등교하고 목요일은 짝수반 아이들만 등교하기로 말이다. 11명의 아이들과 수업을 해야하고 그마저도 접촉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차단한다고 했다. 초등 1학년수업의 핵심은 모듬별 수업인데 할 수가 없는 처지다. 한달만 또 한달만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바램은 무너진지 이미 오래다. 올해 학교수업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은 사라졌다. 아직 학교라는 사회가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아이는 그저 궁금해 할 뿐이다. 사회성이 강한 아이는 친구들과의 연결을 목말라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아이는 매일 놀이터에서 한시간 정도 몸의 에너지를 발산시킨다. 그네도 뛰고 미끄럼틀도 탄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많지는 않지만 매일 나오는 친구들이 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같은 8살 남자친구를 만났는데 우연찮게 같은 반 친구였다. 요즘은 그 친구와 매일 구두로 약속을 하고 나온다. 부모님이 일을 하신다는 아이는 외동아이라 늘 혼자였다. 그 아인 놀이터에 늘 혼자서 나오는데 난 아이를 위해 2개의 물병을 챙겨나간다. 한참 놀다가 지친 아이들은 내게 뛰어와 물한잔씩 벌컥벌컥 마신 뒤 다시 알 수 없는 이야기로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1학년 아이들이라 남자, 여자에 대한 격이 없다. 조금 크면 다른 성에 대한 관심인지 차단인지 모르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같은 동성의 친구들과의 연결만 허용한다. 이렇게 같이 친구처럼 같이 놀수 있는 나이는 길어봤자 10살 이전 인 것 같다.     



하루종일 노는 것이 일등이지만 집 안에서 노는 것과 밖에서 노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 같다. 많은 에너지가 발바닥에 모여있나보다. 제 발로 뛰어놀아야지 그 엄청난 에너지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듯 하다. 이렇게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 매일 조금씩 하기로 한 약속들을 찾아나선다.      


1.책 읽기

2.수학문제집 풀기

3.글쓰기     


책읽기는 학교에서 매일 연락오는 알림장 맨 끄트머리에 항상 적혀있는 글이다. 아이와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온터라 놓치지 않고 진행되는 편이다. 아이가 혼자 읽기도 하고 내가 읽어주기도 한다. 그림책에서 글씨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터라 여러 가지 책들을 다양하게 읽는 편이다. 만화책도 좋아하긴 하지만 너무 푹 빠지지 않게 재미있는 그림책이나 글밥이 있는 책들을 늘 곁에 두기도 하고 고를 수 있도록 서점이나 도서관에도 들린다. 아직까지는 무리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     



수학문제집 풀기는 아이와 합의점이 맞지 않는 일이다. 아이는 하고 싶어하는 일이고 나는 조금 덜하길 바라는 아니 아직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아이가 문제집을 풀고 채점을 해주는 과정에서 알게된 건 단순 연산문제는 정말 잘 풀어내고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과정을 서술한다든가 숫자를 던져주고 문제를 만들어보라는 문제는 여지없이 어려워하고 난감해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래라는 말로 얼버무리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내 아이는 좀 달라라는 오만함도 절대 아니다. 유별난 큰 아이를 키우면서 내 아이는 좀 특별하다라는 세이렌의 홀림소리에 유혹되기도 했지만 겸손해지는 법을 더 많이 터득한 듯하다. 큰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현재 어려움들을 단편적인 시선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관점에서 내려다보는 법을 조금은 터득하게 된 것 같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일은 엄마를 강자로 만드는 일이었다. 아이가 하기 싫어하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에 대해 거부감이 덜하도록 타협하는 능력이 늘어갔다. 아이와 실랑이를 좀 덜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알게된 건 글쓰기가 수학적 사고를 하기에 정말 제격이라는 점이었다. 글을 씀으로써 내 알량한 과거를 놓아주는 일도 경험했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일도 경험했다. 개인적인 글도 쓰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글쓰기를 해보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논리정현함이 필요로 한다는 것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국어를 잘하면 수학이 쉬워진다

수학을 어려워했던 학생이 단기간에 수학 울렁증을 극복하고 뛰어난 성과를 보였던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국어력(우리말을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특히 개요를 중심으로 문장을 잘 만들어가는 사람, 다른 사람이 한 말을 자신의 말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대상을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수학력이 크게 성장합니다                                                                                                                                                                                                                  -읽어야 풀리는 수학-

                                                               


책을 읽으면서도 깨닫게 된 부분이기도 하고 내가 글쓰기를 하고 아이와 일기쓰기를 진행하면서도 알게 된 부분이기도 하다. 구성력이 탄탄한 글들이 꼭 감동까지 선사하는 건 아니지만 읽는 독자로서는 읽어내기가 편안했고 멈짓하는 횟수가 적었다. 책을 읽었을 땐 알겠는데 내가 그런 구성력을 단박에 훔쳐내긴 어려웠다. 하지만 조금씩 깨달아가고 내 마음을 풀어내는 글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 같다. 아직은 필력이 없어서 그것을 마음대로 풀어내긴 힘들지만 깨달았으니 풀어내는 중이기도 하다.     



큰 아이에게 책을 읽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경험의 폭이 작다보니 자신이 겪은 일에서 느낀 감정들을 읽음으로써 비슷한 감정을 느껴보게끔 하는 것이 있었다. ‘참 재밌었다’ ‘즐거웠다’ ‘슬펐다’ ‘짜증났다’라는 감정의 열거에서 그런 이유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고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과정들을 지켜보게 된 것 같다. 그런 일들을 순서를 따지며 감정을 풀어내는 것들이 수학적 사고를 탄탄히 만들었다. 연산은 무디지만 사고력이 올라가는 경험을 만들었다.     



이제 작은 아이도 일주일에 두 어번씩 일기쓰기를 시작했다. 갑지기 툭 튀어나오는 일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웃음도 나지만 쓰면서 보완되는 걸 경험했기에 조급해하지는 않다. 재미가 있다면 평생 쓰게될 지도 모르는데 사소한 것으로 꼬투리를 잡진 않는다. 어느 부분에 대해서 내가 대신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기도 하고 따로 떼내어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아이는 그런 부분들을 다시 언니나 아빠에게 전달하는 과정속에서 탄탄한 읽기와 쓰기가 늘어가는 듯 하다.     



마흔이 넘은 나도 이제 시작하는데 8살먹은 꼬맹이는 나보다 30~40년은 빠르게 시작하는 글쓰기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꾸준히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방법만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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