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출문제 풀기

by 몇몇

몇 달 전 지하철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있다가 꾸중을 들었다. 한 소릴 듣고 얼마간 내 기분은 상해있었고 짧게 그때를 기록했었다.


재밌는 건 그 글은 아마 날아갔고 나는 더해진 불쾌감에 시달렸다. 당시의 불쾌감을 해소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


오늘 문득 지하철에 앉아 다리를 꼬다가 한 번 더 다리를 고쳤다. 옆자리가 비어있어서 누군가 다가오면 한 번 더 신경을 썼다.


그때의 일은 어쩌면 내가 놓치고 있던 것을 보게 하는 기능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불쾌함을 그대로 두면 불쾌함으로 남지만, 감정에 기능을 주면 일을 한다. 잘도 한다.


때론 정말 억울한 상황으로 인해 감정이 증폭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더 큰 힘을 갖게 된다. 더 오래, 더 자주 쓸 수 있는 힘.


그렇게 커진 감정을 늘 동력으로 쓴다면. 우린 무궁무진 무한한 힘을 언제나 지닌 셈이다.


감정의 점을 찍은 경험들은 기출문제가 되어 우리가 겪는 다음 상황들의 난이도를 낮춰준다.


물론 또 새로운 상황 새로운 문제들은 언제나 나타나겠지만, 우리의 감정은 그다음을 더 쉽게 도와줄 테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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