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정서 속에 있으려 하다 보면 많은 게 걸린다. 오르내리는 나를 어찌할 수 없을뿐더러, 어떤 지점에 도달했을 때 내 행동을 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감정의 끝에 어떤 식으로든 행동해야 맺을 수 있음을 알기에 글을 쓴다.
감정을 그 자체로 남겨두면 자꾸만 생각이 되고, 생각은 꼬리를 물고 머리를 혼란하게 한다.
감정이 몸을 움직이게끔 해야 하며, 어떤 식으로든 힘을 쓰도록 해야 비로소 기분을 움직이는 일에서 조금 멀어진다.
참 재밌는 일이긴 하다. 어느 순간 나의 감정과 기분의 변화는 나에게 좋은 소재가 되었으므로.
기분이 훅, 내려가는 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몸의 상태가 꽤 큰 영향을 미친다. 기분이 묘하던 날 결론적으로는 체했다거나 감기 기운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역학적으로 따졌을 때 술 마신 다음날 높은 확률로 그 기분을 경험한다.
오, 적다 보니 어제도 술을 마셨지 뭔가.
기분을 건드리는 일들의 주변엔 여러 환경이 있어서 방아쇠가 되곤 하지만 때론 마지막 당겨진 것들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에 일어난 일일 뿐이니까.
내 기분의 기분이 정리가 된다 차츰. 글을 쓰는 행위로 옮겨가서 일을 하기 시작한 감정이 막힘없이 나를 펼친다.
뱃속 뭉쳐있던 기분이 풀어진다. 오늘의 나를 조금 알 것만 같다. 쉽게 화내지 않았던, 기분의 끝으로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던 나에게 박수를.
나에게 쌓이고 쌓인 어떤 일들을 눈앞에 사진을 펼치듯 흩어놓고 보자 거기에 내가 보인다.
각각의 작은 모래알 같은 자극을 하나하나 모아 온 나를 격려하며, 글을 쓰는 행위로 보다 나은 표출을 선택한 나를 지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