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에게 배울 점

by 몇몇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당연하다. 완벽한 타인에서 가족이 된 나의 짝은 시시각각 나에게 자극을 준다. 그가 살아온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 판단, 결정, 모든 것들이 나에게 자극거리가 된다.


눈을 반짝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스며들어 감정은 남아도 내용은 잘 남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나중의 나를 위해 기록하고자 한다.


내 짝은 세상의 많은 자극에 그다지 흔들리지 않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온갖 것이 자극이 되어 휘둘리고 부대끼고 춤을 추다가 안정을 찾는다고 볼 수 있다. 내 짝은 같은 경험을 하고도 거기에 대한 생각을 물으면 대체적으로 이렇게 답한다.


"아무 생각도 안 했는데."


그건 정말 나에게 유레카 같았다. 왜냐. 아무 생각도 없는 시건이란 나에게 없어서. 여러 굽이굽이 생각의 물결을 타고 내려오다 강가를 보니 그 물을 타지 않고 누워서 눈감고 있는 선인을 본 기분. 처음에는 되묻기도 많이 물었다. 아니 이럴 땐 어떤데. 저럴 땐 어떤데.


"아무렇지 않은데"


이게 가능한 일이냐고. 그러다 점점 익숙해졌다. 정말 별 반응이 없음을 살면서 느낀다. 어느 날엔 나에게 그 반응이 큰 위로가 되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느낀 순간. 갑자기 평화가 찾아왔다.


때때로 내 사유가 피로하다 느낄 때면 덮어놓고 극적인 딴짓을 하는데, 그건 머릿속에 쓸데없는 정보를 욱여넣는 일이었다. 나는 내 다양한 생각이 좋으면서도 때론 피곤했다. 그러다 보니 비판단적 인간 존재는 평화와 가까웠다.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만 있다면 세상이 참 편안할 텐데. 동물의 숲 같달까.


무해한 동물들끼리 서로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오해도 하지 않고 공격도 하지 않는 세계. 내 세계엔 분명 공격이 존재했다. 그래서 나에겐 방어가 필요했고.


내 짝의 세계엔 핵폭탄이 없다. 총도 없고 칼도 없다. 그 평화의 세계에서 나는 그저 오늘 마실 리나 먹을 메뉴가 가장 큰 고민인 채로 머문다.


나도 언젠가 내 짝에게도 이토록 평화로운 세계를 줄 수 있길 바라며. 혹은 누군가에게 그런 세계를 선물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길 기대하며.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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