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2일차

by 김민

내가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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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낼 것도 아닌데 글 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냐고 말하는 분도 있겠지요. 작가가 될 것도 아닌데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요. 글쓰기는 나를 다루는 법을 가르쳐줘요. 글을 쓰면 감정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돼요. 타인의 말에 상처 받고, 생각 없이 한 말로 오해를 사고, 하지 않아도 좋았을 말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거나, 제대로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일이 없어져요. 글쓰기는 감정을 정제하는 과정이에요. 생각을 가지런히 늘어놓으면 감정의 흐름이 한 눈에 보여요.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손에 쥐게 되고, 정체를 알 수 없던 기분에 이름 붙이게 돼요. 마음을 다룰 수단을 갖게 되는 거죠. 옛사람은 마음의 주인이 되라 했죠. 주인이 되는 길은 문장을 따라 나있어요. 글을 쓰면 제대로 말하게 되고, 제대로 알면 존재가 바로 서며, 존재가 바르면 관계가 비틀어지지 않는 이치에요. 그러니 어찌 쓰지 않을까요. 어린아이가 용변을 가리지 못하듯 아무데나 언변을 풀지 않으려면 써야 해요. 독설로 사람을 해치지 않으려면 써야 해요. 욕설과 험담에 마음 다치지 않으려면 쓰는 힘을 길러야 해요. 유언비어에 장단 맞추고 가담항설에 노래하는 우스운 꼴을 피하려면 지금부터 써야 해요. 멋진 문장을 쓸 필요 없어요. 글을 쓰는 게 멋진 일이니까요. 쓴다는 말과 산다는 말이 다르지 않아요. 제대로 쓰면 제대로 살게 돼요. 글을 쓰기 위해 열어둔 마음에는 이끼가 끼지 않아요. 상대의 뜻을 헤아리고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배우게 되죠. 삶이 이야기가 되는 이치를 깨닫게 되죠.

글쓰기로 나를 배워요. 자신의 취향, 가치관, 신념을 알아가지요. 나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아는 만큼 사랑하게 돼요. 글쓰기로 세상을 배우고 인생을 배우죠. 글쓰기로 배움의 기쁨을 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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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가 없는 삶은 없어요. 저마다의 이유로 글을 쓰지 않을 뿐이죠. 각자의 사연에는 가치가 있어요. 단지 글로 옮겨지지 않았을 뿐이죠. 우리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지만 글쓰기라는 개별적인 행위로 구원받을 수 있어요.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에요. 글을 쓰면 자신의 서사를 납득하게 돼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있어 나아갈 수 있었음을 알게 되죠. 고통도, 절망도, 분노도 생을 나아가게 하는 연료였음을 깨닫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쌓여 돌아가지 않아도 좋을 인생이 되었구나. 돌이킬 수 없기에 온전히 소유할 수 있음을, 잘못된 선택은 없었으며, 자신의 선택이 모여 삶을 이루었음을 알게 되죠. 선택한 삶은 선택된 삶처럼 평탄하지 않았으나 그래서 특별한 이야기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돼요. 단어의 바다에서 영혼을 건지세요. 문장의 숲에서 마음을 되찾으세요.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게 낭비로 느껴질 수 있어요. 괜찮은 문장을 짓기 위해 애쓰는 게 쓸모없는 짓으로 생각되기도 해요. 그러나 계속 쓰다보면 깨닫게 될 거예요. 낭비라 생각한 시간이 당신을 위한 낭만이었음을요. 낭만 속에 의미가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이 만든 문장으로 당신을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타인과의 싸움을 멈추게 될 거예요. 마음에 평안이 깃들 거예요. 자신과의 싸움도 그만두게 될 거예요. 기쁨이 모여들어 노래하기 시작할 거예요. 당신이 쓸 수 있는 만큼만 쓰면 돼요. 당신이 쓸 수 있을 때 하면 돼요. 당신이 쓸 수 있는 걸 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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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칭)

1. ㉠~㉭ 까지 한 줄에 하나씩 세로로 적으세요.

2. 자음에 맞춰 떠오른 단어를 써보세요.

3. 단어에서 연상되는 낱말을 다섯 개 가로로 쓰세요.

4. 각 줄의 단어를 이어 문장을 만들어 보세요. (순서는 상관없어요)

ex) ㉠ 글쓰기

㉡ 노래

㉢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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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 ㉠ 글쓰기, 메모, 기록, 치유, 고요, 시작

㉡ 노래, 이야기, 발걸음, 꽃, 봄, 계절

㉢ 달리기, 여름밤, 바람, 뜨거움, 추억,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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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메모에서 시작된다. 기록하는 습관으로 나를 치유한다.

고요에 몸을 담그고 나를 위해 쓴다.


㉡내 발걸음노래가 되겠지. 은 지고 은 멀어져도

내가 살아낸 모든 계절 이야기가 되겠지.


아무 의미 없는 일 같나요. “for sale baby shoes never worn” (아기 신발. 팔아요.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어요.) 헤밍웨이가 쓴 여섯 단어로 된 소설이에요. 단 여섯 단어죠.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부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아기의 신발까지 팔아야 했을까요. 대공황, 가난, 실업, 아이의 죽음, 젊은 부모의 다른 아이들. 여섯 단어로 상상할 수 있는 사연들이 있죠. 여섯 단어로 독자에게 호기심, 동정, 슬픔 등 온갖 감정을 이끌어내죠. 2번에서 당신은 생에서 몹시 중요한 단어들을 찾아냈고, 3번에서 당신 마음의 사전을 꺼낸 거예요. 4번에서 당신은 14개의 문장을 만들었어요. 의심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거장의 작품도 한 단어에서 시작되고 위대한 문학 작품도 단 한 줄에서 출발해요. 글쓰기라는 ‘행위’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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