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도대체 잘 쓴 글이 뭘까요? 잘 쓴 글의 기준은 누가 정하지요? 평론가나 심사위원인가요? 그들에게 그럴 자격이 있나요? 다른 예술에 비해 타고난 재능에 구애받지 않는 것도 문학의 매력이죠. 절대음감이나 색채감각이 없어도 괜찮아요. 자신을 태울 용기만 있다면요. 퇴고하지 않은 글은 부끄럽죠. 진실하지 않은 글도 부끄러워요. 하지만 가장 부끄러운 건 쓰이지 않은 글이에요. 좋은 글은 없어요. 잘 쓴 글도 없어요. 저마다의 색깔을 지닌 이야기가 있을 뿐이지요. 엉망진창인 글처럼 느껴도 꾸준히 써나가세요. 진흙탕 위에 연꽃이 피듯 아름다운 문장이 나타날 때까지요. 상투적인 말이라도 진심을 담으면 시가 돼요. 사소한 말이라도 세월을 견디면 문장이 되죠. 완성한 글이 좋은 글이에요. 완결된 글은 모두 특별해요. 완결을 거듭할수록 완성도는 높아져요. 짧은 글이라도 도저히 쓸 수 없을 때까지 쓰고 마침표를 찍으면 돼요. 오늘 한 줄이라도 썼다면 해냄이며 이룸이에요. 글쓰기에는 끝이 없고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이죠. 한 줄을 쓰고 또 쓰세요. 글쓰기는 생각을 몸으로 옮겨 쓰는 일이에요. 몸과 마음이 함께할 수밖에 없죠. 인생은 뜻대로 풀리지 않아요. 몇 년을 준비한 시험에 떨어지거나, 야심차게 추진한 사업에 실패하거나, 평생을 약속한 사람과 갈라서거나, 공들여 키운 자식이 제멋대로 굴지요. 그럴 때 글을 써야 해요. 글쓰기에는 실패가 없으니까요. 글쓰기는 자신을 구하는 일이죠.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일이죠. 글쓰기는 자신 안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실현되는 소망이에요. 뜻대로 되지 않아도 마음먹은 대로 사는 길이 글쓰기에 있어요. 이야기는 세상에서 얻을 수도 타인에게서 받을 수도 없어요. 오직 자신에게서 구할 수 있을 뿐이지요. 씀으로써 자신을 구하는 거예요. 이야기는 아무리 써도 줄지 않아요. 오히려 깊은 곳에서 다양한 것을 꺼내 쓸 수 있게 되지요. 자신 안에 깊은 바다가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이 우주와 같은 존재임을 느끼게 되죠.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었어요. 더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절망이 삶을 극단으로 떠밀었어요. 그 때 글쓰기로 삶을 구했어요. 죽고 싶은 기분, 절망에 빠진 느낌, 상실감, 허무함 같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냈어요. 글쓰기로 스스로를 구할 수 있었어요. 당신에게도 자신을 구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상실이나 절망, 실패를 글감으로 삼아 쏟아내세요. 잡념을 내려놓고 슬픔을 쏟아내고 절망을 비워내세요. 그럴수록 글은 진실해지고 삶은 평화로워져요. 나는 나로 오롯해져요. 세상에 이처럼 근사한 일이 있을까요.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 어머니란 존재를 만들었다던가요, 당신 자신이 되기 위에 글쓰기가 있어요. 나를 비울수록 내가 채워져요. 나를 비울수록 글이 채워져요. 글쓰기에 필요한 것은 영감이 아니에요.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체감이에요. 글을 쓸 수 있다는 실감만 있으면 돼요. 영감은 특이한 무언가가 아니죠.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에요. 영감은 관찰에서 와요. 낯선 것들을 바라보세요. 익숙한 것들을 바라보세요.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보세요. 당신이 본 것들을 써내려 가다보면 무언가가 당신의 가슴을 울릴 거예요. 마을과 마을이 길로 이어져 있듯이 마음과 마음은 글로 이어져요. 몸과 마음도 그렇죠. 생각은 이름 짓지 않은 마음이기에 그대로 두면 무거워져요. 생각을 글로 옮기면 길이 돼요.
글쓰기를 공놀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타인의 말을 헤아리듯이 일단 쓴 다음 자신의 마음을 살피세요. 이런 문장이 나온 이유가 분명 있을 거예요. 아이들이 공놀이 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세요.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에 재밌어하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만 봐도 행복해지죠. 글쓰기도 그래야 해요. 현란한 드리블을 선보이는 축구선수도 정교한 슛을 쏘는 농구선수도,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도 시작은 공놀이였죠. 사소하고 평범하다고 쓰지 않은 그 문장이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일지도 몰라요. 지금 그냥 써버리지 않으면 어디로 갈 수 있었는지 영영 알아낼 수 없겠지요. 살아 숨 쉬는 문장을 쓰고 싶다면 생각이 알아서 움직이도록 내버려두세요. 그저 옮겨 적기만 하면 돼요. 당신이 춤을 추면 그곳이 무대이듯이 문장을 생각하고 글을 쓰는 동안 당신은 작가에요. 문장이 나아가지 못하는 때도,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을 거예요. 글을 쓰며 좌절감을 맛보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에요. 시도한 사람만이 실패하고, 성장하는 사람만이 아파하죠. 지금 당신은 위대한 작가들과 같은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거예요. 글쓰기는 깨달음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쓰면서 깨닫는 과정이에요. 알려주려고 쓰는 게 아니라 알고 싶어서 쓰는 거지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책을 쓰려면 꼭 전문가여야 할까요.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며 쓰면 되죠. 기록을 남기지 않은 10년 차 미니멀 리스트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생생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비거니즘이건 자격증이건 구직이건 마찬가지죠. 전문가라 쓰는 게 아니라 배우기 위해 쓰고, 성장하고 변화하기 위해 쓰는 거지요.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은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죠. 인생을 이야기로 받아들인 사람은 불행에 무너지지 않죠. 세상을 소재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매일 새로운 문이 열리죠.
스트레칭) 당신은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있어요. 누구에게 어떤 말을 남기겠어요?
(단, 20자를 넘기지 마세요.)
스트레칭) 각 단어들로 N행시를 지어 보세요.
알약, 라면, 배달, 병원, 속박, 사과, 상실, 독서, 나무, 바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