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할 첫 마디죠. 이 책이 어떤 책인지 명확하게 말하고 있어야 하죠. 독자에게 간절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보여야 해요. 제목을 단순한 이름 짓기로 생각하지 마세요.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자극해야 해요. 적어도 한 번 살펴볼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해요. 당신이 가진 건 제목이 전부라고 생각하세요. 서점에 진열된 무수한 신간 중에서 당신의 책을 집어 들게 만들어야 해요. SNS에 찍어 올려도 근사해 보일 제목을 지으세요.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펼칠 만한 멋진 제목을 떠올리세요. 내용만 충실하면 된다고 착각해서는 안돼요. 제목조차 제대로 짓지 못하면서 어떻게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목은 당신 책에서 최고의 문장이어야 해요. 베스트셀러 목록을 예의 주시하세요. 독자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어떤 제목의 책을 선호하는지 분석해보세요.
제목과 주제. 챕터를 정하면 체계적으로 통일된 글을 쓸 수 있으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제목 짓기가 쉽지 않다면 일단 쓰세요. 써가면서 주제를 잡으면 돼요.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고 쓰지 않고 고민만 하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요. 마음에 쏙 드는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본문을 정독해보세요.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머리를 탁 치는 제목이 생각나는 경우가 많아요. 책을 읽으며 핵심 키워드라 생각되는 단어를 메모한 뒤 조합해 보세요. 제목은 물론 장제목도 뽑을 수 있어요. 제목을 지으려 뽑아둔 문장은 책 뒷면에 들어갈 문구가 될 수도 있어요. 단 한 문장이, 때로는 한 단어가 여태껏 공들여 쓰고 다듬은 원고의 상품명이 되고 카피가 돼요. 서점에 진열된 수많은 책들 사이에서 독자의 시선을 끄는 한 문장이어야 해요. 제목에 목숨을 거세요. 책의 운명은 제목이 결정한다고 생각하세요. 태어날 아이의 이름을 정하듯 원고에 이름을 지어주세요. 제목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세요. 예를 들어 독서 에세이의 제목을 짓는다면 ‘독서’나 ‘읽기’를 변주해 보는 거죠. <읽어먹을 인생> <읽어버린 세계> <읽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읽용할 양식> <읽어가네><읽어가는 중입니다>, <독서주의자> <독서의 쓸모> <불온한 독서> 자주 가는 도서관에서 바다가 보이니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 <파도로 지은 도서관> <오늘의 도서관> <그래도 도서관>, 누워서 책읽기를 좋아하니 <와식인간 독서일기> <도서관이 지켜줄 거야><도서관이 구해줄 거야> 같은 제목도 후보가 될 수 있겠지요.
글쓰기 책들의 제목을 살펴볼까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은 누가 봐도 ‘소설’ 쓰기에 관한 책이죠. 주 독자층은 시나 에세이가 아닌 ‘소설’을 쓰려는 사람들일 테죠. 반면 유유 출판사에서 출간한 이연실 에디터의 <에세이 만드는 법>은 소설을 쓰려는 사람에게는 별 필요가 없을 테지요. 두성북스에서 출간한 <책 잘 만드는 책>은 출판제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지요. <엄마의 글쓰기> <우리 아이 글쓰기>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는 ‘누가’ 읽을 것인가’를 강조한 제목이지요. 반면, 카시오페아 출판사에서 나온 <출판사 에디터가 알려주는 책 쓰기 기술>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누가’ 썼는지를 포인트로 잡은 거예요. 엑스북스에서 출간한 <책 쓰자면 맞춤법> 유유 출판사에서 나온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 가요> 는 ‘어떤 내용’인지를 드러내는 제목이죠. 정여울 작가가 쓴 <끝까지 쓰는 용기>는 글을 쓰려는, 쓰고 있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제목이구요. 제목은 책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해요. 누가 썼는지, 누구에게 썼는지, 무엇에 관해 썼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선명하게 표현되어야 해요. 모든 것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결정하세요. 제목에 확신이 서도 출판사 쪽에서 권하는 제목을 무조건 거부하지는 마세요. 그들은 책이라는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판매하는 데 선수들이니까요. 백만 부가 넘게 팔린 소설 <칼의 노래>의 원제가 <광화문 그 사내> 였다는 건 유명하죠.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세요. 그들이 제안한 제목을 변주해 새로운 제목을 만들어 보세요. <미움 받을 용기> <82년생 김지영>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책제목들은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들 문장임을 기억하세요. 제목은 궁금하게 하고 공감하게 만들어야 해요. 제목은 당신 책을 표현하는 단 한 줄이에요. 당신이 쓸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문장,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것이어야 해요. 눈에 확 들어오는 제목, 마음을 울리는 제목, 한 번쯤 집어 들고 싶어지는 제목, 입에 착 감기는 제목을 지으세요. 죽기 전 할 수 있는 단 한 마디라고 생각하세요.
제목이 본문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면 반감을 느끼는 분들이 있더군요. 독자 입장에서 생각해 볼까요. TV에 나오는 유명인의 책, 배너와 광고로 무장한 베스트셀러를 지나 겨우 신간 매대에 도착했어요. 수 십 권의 책을 몽땅 살펴볼까요? 표지나 제목을 보고 끌리는 몇 권 정도를 들춰보겠죠. 프롤로그나 목차를 훑어보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를 거예요. ‘한 번 들춰보게 만드는’ 걸로 충분해요. 짧게는 한 달, 길어야 세 달이면 신간으로서의 수명은 끝나요. 오랜 시간 공들인 나의 책에게 선택 받을 기회를 주어야죠. 제목은 독자를 당신의 세계로 유혹하는 한 문장이에요. 제목 한 줄에 당신 책의 모든 것을 넣어야 해요. 제목 한 줄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본문의 내용을 자신할 수 있을까요. 말도 안 되는 제목을 쓰라는 게 아니에요. 당신의 말을 듣게 만들 한 줄을 써야만 해요. 쓰는 순간 이야기는 태어나지만 책은 읽혀야만 살아남아요. 제목은 구조 신호에요. 수 백 권의 신간 사이, 수 만 권의 책들 사이로 쏘아 올리는 조명탄이에요. 한 때 당신의 전부였던, 영원히 당신의 일부로 남을, 책이 무인도에서 쓸쓸히 잊히지 않게 만들기 위해 보내는 간절한 SOS에요. 제목은 끝까지 생각하는 거예요. 무인도에 떨어져 죽게 생겼는데 언젠가 구해주겠지 하고 기다리지 않잖아요. 온 힘을 다해 깃발을 흔들고, 불을 피워 연기를 내고, 돌을 쌓아 SOS 표식을 만들겠죠. 생각날 때마다 제목을 메모해 두세요. 탈락한 꼭지 후보도 꼭지 제목으로 쓰거나 새로운 글감으로 삼을 수 있어요. 제목 후보 리스트를 보며 책의 방향을 가다듬을 수 있어요. 끝까지 고민하고 생각하세요. 구조신호를 멈추지 마세요.
오늘 당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오나이쓰 - 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