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왔다면 자부심을 가집시다
지난번 Motivation letter 관련 글까지 서류 전형 단계에서 여러분이 준비하셔야 하는 서류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고 이제 드디어 다음 단계로 넘어왔습니다. 물론 전형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거의 모든 경우 서류에서 지원자를 추린 다음에는 인터뷰를 진행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번 시즌에 인터뷰를 3번 봤습니다. 많은 경험이 아니기 때문에 제 경험을 당연히 일반화할 수 없지만, 주변에 저와 다른 자리에 지원한 친구의 인터뷰 경험담도 들어볼 수 있었고, 인터뷰가 참여하는 패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할지라도, 역시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내용을 5가지로 +1가지로 나누어 정리해보았습니다.
0) 인터뷰 요청은 언제 오는가?
경험상, 서류 제출 마감일 기준으로 인터뷰에 초청되는 경우에는 2주 안에 연락이 왔습니다. 물론 지원자가 많을 경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만, 1명이나 2명 정도를 뽑는 자리이고, 서류 심사에 걸리는 기간이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은 경우 2주 정도 안에 인터뷰 요청을 받아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혹은 인터뷰 예정일이 정해져 있을 경우, 늦어도 예정일보다 약 1주일 전에 연락이 온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러 군데 지원을 했고, 인터뷰로 올라갈 수 있을지 가능 섬을 가늠해보기 위한 대략적인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온라인 인터뷰? 대면 인터뷰?
전 세계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형이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유행 훨씬 이전에도 온라인 인터뷰의 가능성은 열려있었습니다. 다만, 직접 학교로 찾아오는 경우에는 경비를 어느 정도 지원해준다고 했었고 (대게 200유로 안쪽으로), 해당 나라/학교가 생소할 경우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인터뷰를 할 겸, 주변 탐색을 하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제가 봤던 두 번의 인터뷰는 유럽에서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이었기 때문에 온라인과 대면 인터뷰 중 하나를 선택 힐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시 학기 중이었기 때문에 두 번 다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고 양해를 구해야 했습니다. 아마 한국에서 유럽으로 지원하시는 경우라면 대부분 온라인 인터뷰를 하게 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특히 이번 코로나 대유행 이후에는, 비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기 때문에 (가능하더라도 자가 격리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실제로 인터뷰장에 갈 수 없을 가능성이 높겠죠), 아마 대학에서 대면 인터뷰 옵션은 아예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유행이 서서히 시작한 단계에서 진행된 저의 세 번째 인터뷰는 온라인 인터뷰가 기본이었고, 해당 도시 근처에 사는 사람은 원하면 대면 인터뷰가 가능하지만 숙박이나 여행 경비 지원이 일절 없다고 공지했었습니다.
2) 가장 큰 준비물: 자신감
앞서 말씀드린 상황 때문에 대면 인터뷰를 할 기회가 없었지만, 전 내심 대면 인터뷰를 선호했습니다. 사람을 직접 보고 말할 때보다 전화를 할 때 제 영어 의사소통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일종의 징크스, 혹은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스카이프 인터뷰는 그런 콤플렉스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면접관에게 다시 말해달라고 몇 번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스코틀랜드 억양에 저는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이 두 배로 되더군요!). 하지만 대부분의 인터뷰를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 현실적 제약을 깨닫고, 더 자신감을 가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게다가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인터뷰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서류상으로 검증받은 지원자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본인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합격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임하는 쪽이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몇 가지 세부적인 준비사항 이외에, 가장 큰 준비물은 자신감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나머지 준비사항: 논문 소개, 면접관에게 물어볼 질문
어떤 인터뷰는 구체적인 과제를 준비한 후, 인터뷰에 임해야 할 수 있습니다. 대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논문 작업이나 이미 완성한 논문을 간단하게 (학위 논문 발표회처럼 자세하게, 오랜 시간 설명하는 느낌은 결코 아닙니다)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면 공유 기능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간단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그 밖에, 자신이 냈던 서류에 나온 내용을 부연 설명하는 질문은 당연히 준비하셔야 합니다. 얼핏 듣기에는 원론적인 질문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상 자기가 서류에 적었던 내용을 부연 설명하는 대표적인 질문으로는 "박사과정 후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가?", "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가?", "왜 이러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가?" 등입니다. 상식적으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질문입니다. 제가 겪었던 바로는, 제 답변에 대한 추가 질문이 까다로웠던 적은 있어지만, 처음부터 돌발 질문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답변을 준비하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부분 주어집니다), 면접관에게 던질 질문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이 인터뷰 초청 메일을 받게 된다면 인터뷰가 서로가 서로를 파악하는 시간임을 암시하는 문구가 들어가 있을 것입니다. 빈말이 아닙니다. 지원자도 자기의 지도교수가 될지도 모를, 지도교수가 되지 않더라도 학과를 대표해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 면접관을 파악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공고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았지만 궁금했던 내용, 박사 과정에 합격했다고 가정할 때, 자신이 해당 학교/학과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염려 사항 등 질문할 주제는 다양합니다. 예컨대, 저는 독일의 한 대학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독일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4년 동안 박사과정 공부/일을 할 때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지 솔직히 물었습니다. 오픈 콜인 경우에는, 나중에 어떤 프로젝트에 속해서 일할 가능성이 큰지 묻기도 했습니다. 성의 있는 질문은 지원자 자신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면접관에게 지원자가 해당 포지션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한 면접관은 노골적으로 "난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공유하는 지원자가 더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친구의 경우를 보니, 좀 더 권위적인 패널이 주로 참여하거나, 학교/나라의 분위기가 그런 경우, 제가 한국의 한 대학원 면접에서 (사실 대학원 면접은 딱 한 번 보기는 했지만) 겪었던 것처럼 지원자는 대답만 하다가 인터뷰가 종료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터뷰 안내 사항을 꼼꼼하게 읽어보시고,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인터뷰 전에 담당자와 소통을 하는 일이 역시 중요합니다.
4) 유연성: 압박 면접? 돌발 질문?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느끼기에는 대놓고 지원자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질문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어느 정도 비판적이기 마련이고,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부담감을 느낄 만한 질문이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유연성은 자기 자신에 대한 객관화와 솔직함을 바탕으로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현재 박사 과정을 시작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인이 "왜 이러이러한 수업을 듣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지만, 자기는 그 수업보다는 다른 수업이 더 흥미로워 보여서 그렇게 선택했다고 답변한 후, 박사 과정 중에 그 수업을 꼭 듣겠다고 약속한 후 합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도 "당신이 1학년 학위논문으로 작성한 논문의 가장 큰 결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제가 평소에 인지하고, 내심 아쉬워하고 있었던 방법론적 결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고, 이후 면접자는 "그 점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좋게 봤다"라고 했습니다.
정리하면, 누구나 완벽할 수 없지만, 과거의 부족한 점을 오늘의 나는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안다면, 어떤 당황스러운 질문에도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절대로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관련성이 없는 분야, 즉 지원자의 배경에 관해 당황스러운 질문이 들어온다면, 이것은 다분히 차별적인 시선이 개입되었을 수 있으므로, 이런 인터뷰에서 최종 탈락한다고 아쉬워하지 마시고, 당당하게 그것을 적절하지 못한 질문이라고 따져 물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슬프게도, 학계도 각종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아니니까요.
5) 인터뷰가 지나치게 길어진다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모든 인터뷰는 예상 진행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인터뷰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하나의 답변이 꼬리를 물고 다른 질문으로 이어지면서 형식적일 것으로 기대했던 인터뷰가 정말로 "미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쁜 징조는 아닙니다. 면접관들은 필요 이상으로 지원자에게 시간을 쏟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면접관은 저에게 외국인으로서 유럽에서 오랫동안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해한다면서, 자신의 박사과정 학생이 성공적인 학생이기 이전에 행복한 학생이었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격려의 말도 남겨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농담으로 "인성 면접"이라고 부르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로 20분 예정되었던 인터뷰가 거의 40분을 끈 적도 있습니다. 필요한 말을 다 했고, 궁금한 점을 다 물어봤다면 이후 인터뷰 진행은 흐름에 맡기다가 상대방이 종료할 때 끝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준비한 내용을 물어보지 않았더라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지레짐작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이상으로 저와 주변 친구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인터뷰 준비 과정에서 알아두시면 좋을 이야기 5가지를 설명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충분히 큰 표본을 수집하여 만든 자료가 아니라 하나의 수기에 가깝기 때문에, 여기 나온 이야기는 절대적인 규칙이나 노하우가 아닙니다. 하지만 어차피 인터뷰는 서류 준비에 비해 상당히 불확실한 단계인 만큼, 일어날 수도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를 들여다보는 정도로 이 정보를 활용하신다면 작은 도움이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인터뷰 초청을 받았다면 이미 여러분은 일정 수준의 자질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성급하지는 않되, 자신감을 실어줄 수 있을 정도의 행복 회로를 가동하시면서 인터뷰에서 후회 없이 역량을 발휘하시길 바랍니다.
대부분의 박사 과정 지원에는 인터뷰 다음 단계가 바로 합격/불합격 통보입니다 (물론 추가 인터뷰가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제 연대기도 서서히 끝을 향해 가고, 제가 지난봄에 걸었던 여정의 결말도 서서히 드러날 때입니다. 곧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박사 과정 연대기는 제가 어떻게 마지막 학기를 보냈는지 스스로에게 남기는 기록임과 동시에, 미국/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영어권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소한 유럽 여러 대학/연구소로 박사 과정을 지원하는 예상 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드리고자 시작했습니다. 모든 내용이 반드시 시간 순서를 따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되돌아보면 먼저 신경 쓰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남는 것들이 있고, 그런 내용들을 먼저 논의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여정에서 다시 한번 느낀 바이지만, 유럽에서 박사 과정 이상을 공부하시는 한국인의 수는 석사 과정 학생보다 훨씬 적습니다. 때문에, 일반화시키는 데에 명확한 한계가 존재할지라도, 제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분이 할 일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커버 이미지: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야경을 선물해주는 룬드 그랜드 호텔 분수대의 뒷면. 해질녘. 출처: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