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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Dec 07. 2020

AC 인터뷰 4:
나에게 스웨덴은 냉장고다

하수정님 인터뷰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학사가 한 동물 종에 관해 공부하는 과정이라면, 석사는 그 동물의 특정 기관을 공부하고, 박사는 특정 기관이 특수한 세포를 연구하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학위 과정을 지속할수록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강화되지만, 시야는 좁아지기 마련이라는 비유였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지도 모르겠다. 귀국 후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을 연구하고, 소개하는 일에 꾸준히 열정을 쏟았지만, 아직도 스웨덴이 허할 때 열어볼 냉장고와 같다는 인터뷰 주인공의 듣고 그런 생각을 했다. 이번 AC 인터뷰는 지금보다 스웨덴 유학이 더욱 생경한 선택지였을 때 스웨덴 웁살라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낸 하수정씨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웨덴유학 그리고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스웨덴 웁살라대학교에서 지속가능 발전 석사과정 공부를 했던 하수정이다. 학위를 받고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는 대한민국 공무원, 작가, 그리고 북유럽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석사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유학 결정을 듣고 주변의 반응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휴학을 하고 노르웨이 민중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때 내가 북유럽 사회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르웨이에서 공부할 때 스웨덴 웁살라로 여행을 떠났었는데, 그때가 마침 노벨상 주간 (Nobel week)이었다. 여러 강연을 듣고, 대학도시답게 곳곳에서 학구적인 분위기를 흠뻑 느꼈던 기억이 좋게 남았고, 귀국 후 회사에 다니며 스웨덴 유학을 준비했다. 주변에서는 유학 결정에 대해서는 놀라지 않았지만, 벌써 10년 전이니 스웨덴으로 유학 가는 일이 훨씬 생소했던 시기라 스웨덴과 스페인, 스위스를 혼동하는 지인까지 있었다. 


-스웨덴에 오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시류를 따라가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시류에 도전하는 자세와 태도가 생겼다고 할까? 전공 공부의 영향 덕분에 가치관도 바뀌었고, 환경 문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소비 활동,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우리 사회가 일구어야 하는 변화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삶의 방향도 많이 바뀌었다. 


-석사 유학 과정에서 경력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활동  가지만 골라본다면?

유학 후에는 이전 직장에 복직했지만, 공부하면서 다루었던 여러 논점을 고민하고, 이를 한국 사회에서 더욱 많은 이와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북유럽에 관한 책을 몇 권 쓰고* 필요한 내용은 더욱 공부하며 결국 유학 이전과 다른 길을 걸었다. 한 가지 활동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꼬집기는 어렵지만, 유학 생활 경험 전반이 결국 스웨덴(북유럽) 연구자이자 글 쓰는 직업인의 길로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새로운 경력을 잘 쌓기 위해 본인만의 노력이 가장 필요했던 분야는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오늘날처럼 스웨덴과 북유럽에 관한 전문가가 많지 않았고, 북유럽과 관련된 문의가 나의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들어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도 좋은 답을 드리고자 부족한 부분을 더욱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분야를 두루 아는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분야별 전문가가 훨씬 많아서, 지식이 필요한 분과 전문가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협업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 다시 석사과정을 시작하는  학기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것은

스웨덴에서는 제철 버섯이나 과일을 숲에서 딸 기회가 많다. 다시 첫 가을학기로 돌아간다면 충분히 정보를 수집한 후, 다양한 버섯과 블루베리를 따러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싶다. 더불어 여행도 더 가보고 싶다. 노르웨이,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여러 인근 나라를 방문했지만, 아이슬란드를 방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현재는 비용이나 시간문제도 있지만, 지금보다 젊었을 때처럼 자유롭게 대자연 속을 돌아다니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예비 유학생이나 유학생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탁월한 학업 성과를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웨덴은 물론 다양한 나라의 학생과 교류하고 친구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스웨덴 사람은 친해지기 어렵지만, 한 번 친구가 되면 어려운 부탁이라도 성심성의껏 도와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된다. 한 명이라도 그런 친구를 사귀고 돌아가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스웨덴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본다면

나에게 스웨덴은 냉장고다. 일 년의 절반이 냉장고 안의 날씨와 비슷하기도 하고. 꺼내 먹을 것이 많은 나라다. 여러 분야에서 참고할 내용과 지표도 있고, 반면교사로 삼을 내용도 있는 사회다. 왠지 허하거나 배고플 때 냉장고를 열어보듯이, 나에게는 힘들거나 지쳤을 때 허전한 마음을 달랠 추억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하수정님이 쓰거나 번역한 책을 링크와 함께 간단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관계 (공저)

라곰 (번역)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


**커버 이미지: Photo by Ell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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