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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gomies Nov 24. 2020

스웨덴과 한국의 석사 과정, 어떻게 다를까?

KTH 재학 중인 석사 콜렉터의 주관적인 비교


 숨 막히게 바빴던  period 1이 지나고, 어느새 period 2도 중반에 접어들었다. 어쩌다 보니 나는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취직을 한 후, 다시 스웨덴에 석사를 하러 오게 된 케이스이다. (친구들이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석사 하나 더 따서 박사 학위랑 교환하라고 놀리기도 했다) 이번에는 스웨덴과 한국의 석사 교육과정이 어떻게 다른지 '주관적인' 관점에서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학교 지원하기


 지원하는 부분은 많은 곳에 좋은 정보가 있으니, 자세한 정보에 집중하기보다 여기선 한국과 다른 점만 기술할 예정이다 :) 필자는 한국에서 전자과 학사를 마치고, 졸업 논문 준비부터 소속되었던 연구실에서 바로 석사를 하게 된 케이스라 대학원 지원에 관해 함부로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공통적으로 한국에서는 원하는 학교와 전공을 선택할 때, 사전에 원하는 연구주제가 맞는 교수님의 랩실 컨택을 하는 관례가 존재한다. 각 교수님의 랩실에 할당된 인원수가 있기 때문에, 먼저 컨택을 하면 그곳으로 배정되는 것이 유리해진다. 하지만 스웨덴에는 석사 지원 시 랩실 컨택이라는 사전 과정이 불필요한데, 석사과정에서는 연구실 소속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deadline을 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


 원하는 학교와 전공을 정했다면 바로 지원 고고? 아니다. 여기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두 번째 다른 점이 있다. 한국에서는 전공의 계열(?)이 비슷하다고 느껴지면 원하는 학교에 합격할 수 있다. (입학시험, 영어 점수 등은 차치한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각 학교, 전공마다 다른 'specific requirements'가 존재하는데 여기서 명시된 과목을 하나라도 이수하지 않았다면 합격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는 입학 설명회에서도 항상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학사와 동일한 전공의 석사를 지원하더라도 불합격될 수 있으니, 꼼꼼하게 꼭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도 지원할 프로그램을 찾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학사와 석사 전공이 Hardware인데 회사에서는 Software 업무를 오랫동안 해왔기에 이 분야의 전공들로 찾아봤고, 명시된 수업을 모두 이수했는지 확인해 보니 가능한 전공이 많지 않았다. 


 세 번째, 지원 가능한 학교의 수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원하는 만큼 지원할 수 있는 반면, 스웨덴의 지원 방식은 마치 한국에서 수능 후 대학교를 지원하는 방식처럼 1~4 지망을 꼽아야 한다. 눈치게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2. 수업 vs 연구


 이 부분은 가장 차이가 크다고 느껴진 부분이다. 한국에서도 역시 모든 연구실이 동일하진 않겠지만, 내가 소속되었던 곳은 굉장히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던 랩실이었다.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많은 과제들과 실험, 논문 준비 등이 주된 일이었고, 수업은 약 24학점으로 전공 8과목을 이수하였다. 한국 모교의 졸업 최소 학점은 약 18학점, 2년간 전공 6과목이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졸업 요건이 최소 120 ECTS, 한국 학점으로 환산하면 약 80학점이지만, 과목마다 다른 크레딧을 가지고 있어 과목 수로 따지면 졸업 논문 (30 ECTS) 포함 약 13-4과목 정도가 되겠다. 일단 졸업 최소 요건만 보더라도 수업과 연구 중 어떤 것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곳에서의 석사 생활은 한국의 학부생활과 꽤 흡사하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박사과정으로 진학하고 나면 수업은 거의 듣지 않고, 연구에 오롯이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석사 과정 때부터 보통 소속된 랩실에서의 연구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수업에서는 수업 외 활동, 예를 들면 세미나 또는 과제 등이 많지 않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수업만 듣는 이곳에서의 석사 생활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 자만했고, 매일매일 진땀 흘리며 쫓아가고 있다..... ㅠㅠ.... 

 

 수업 방식을 비교해도 차이가 있는데, 첫 학기부터 동공 지진 나게 했던 것은 '토론식 수업'과, '답이 없는 과제'이다. 일례로, 지난 period에 들었던 statistics 과목에서는, 수업 중 확률 통계의 이론을 설명하고, 조별로 다양한 형식의 data를 준다. 그리고 이를 어떤 방법으로 해석하면 좋을지 분석을 하고, 프로그램을 돌렸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등을 seminar 시간에 모여서 토론을 한다. 나에게 확률통계 문제는 계산이 가능하고, 답이 똑 떨어지는 수학이었는데, 처음엔 정말 문화 충격이었다. 이 수업 방식에 너무 겁먹었던 나는 첫 프레젠테이션 전날 밤을 새워서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굉장히 캐주얼한 분위기의 토론으로, 교수님과 학생들이 마주 보고 앉아서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을 소개해 줘서 고맙다, 혹은 이 부분을 고려하면 이 방법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등의 피드백을 나누며 data를 해석하는 여러 견해를 공유하는 좋은 자리였다. 한 수업의 학생이 100명 가까이 되었는데도, 세미나를 할 때에는 한 강의실에 약 15-6명가량 들어갈 수 있도록 나누어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세미나를 준비하고 완료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지식 습득이 자연스럽게 일어났고,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껴졌다.


3. 졸업 논문


 스웨덴에서는 아직 하지 않은 부분이라 깊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큰 차이점을 기술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소속된 연구실에서 연구하던 주제로 자연스럽게 졸업논문을 쓸 수 있게 되는 반면, 스웨덴에서는 크게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기업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혹은 학교 연구실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linkedin 페이지에 보면 정말 많은 master thesis 프로그램으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원하는 회사, 주제가 있다면 지원해서 졸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된다. 학교 연구실을 지원하는 친구들은 주로 박사과정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원하는 진로가 어느 방향인지 잘 생각해서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당장 나부터 고민을 시작해야겠다...)

Linkedin의 다양한 Master Thesis 채용 공고


그리고 이 내용들은 사실 진지한 비교라기보다 차이가 재미있어서 넣어본 항목들이다.


+ 번외 1)

 한국의 1학기가 이곳에서는 2개의 period로 나눠진다. 각 period 마다 수강신청이 필요하고, 2달에 2-3과목을 이수하게 되니 꽤나 스케줄이 바쁘다. 그리고, 한 번의 final exam으로 학점이 정해진다. (생각보다 살 떨린다) 하지만, 다음 학기엔 프로젝트 제출로 시험을 대체하는 과목이 많아서 마음이 놓인다. 결코 쉽진 않겠지만.


+ 번외 2)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교수님과 학생 간의 관계가 수평이 되긴 힘든데, 이곳에선 교수님에게 "Hey! 이름!" 라고 부른다. 불만이 있을 때도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이다. 나에겐 참으로 생경한 풍경이다....


+ 번외 3)

 출석체크를 전혀 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학생 자율에 달려있다. Mandatory 과정만 참석하고 시험만 보면 된다. 어느 한 과목에선 수업 때 인원이 적은 것을 보고 많은 학생이 수강하지 않는구나 라고 했다가 시험날 큰 강의실 두 개를 꽉 채운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 번외 4)

 시간표가 정말 제멋대로이다. 처음에 정말 많이 놀랐던 것인데, 한국에서처럼 고정된 시간표가 전혀 없다. 매주 다른 요일과 다른 시간에 같은 과목이 포진해 있다. 다른 과목들과 겹치지 않도록 시간표를 짜는 게 참 힘들지만 며칠 겹치는 것은 그냥 넘어가도 될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출석이 필수가 아닌 건가..)

KTH 시간표 사이트

그래도 이런 식으로 시간표를 subscribe 하여 핸드폰 캘린더로 확인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 번외 5)

 시험을 보려거든 신청 기간에 별도로 register을 해야 한다. 응?? 이게 무슨 소리인가. 수업을 듣는데 시험을 따로 신청해야 한다니. 수업은 듣고 시험은 안보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때에 따라 사정이 생기면 다음번에 시험을 등록하여 볼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효율적이라고 해야 하나? 



 더 많은 내용을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분 위주로 비교해 보았다. 나의 경우에는 Hardware에서 Software로 전공을 바꾼 케이스라 수업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기에 현재 스웨덴의 교육이 매우 만족스럽지만, 연구에 집중하고 싶은 경우라면 한국에서 석사를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cover image 출처 : https://imagebank.swed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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