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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Apr 05. 2021

AC 인터뷰 8:
나에게 스웨덴은 데자와이다.

김민찬 씨 인터뷰

스웨덴의 몇몇 석사 과정 프로그램은 1년 과정으로 운영한다. 1년 동안 필요한 코스워크와 논문 작성을 모두 마무리해야 하며, 다루는 내용이 결코 2년 프로그램보다 적지 않기에 학사 일정이 시작하자마자 전력 질주를 하는 것처럼 숨 가쁘게 진행된다. 순식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따라가면서도, 남들보다 일찍 다가오는 졸업 후 진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어떤 계획이 필요할까? 이번 AC 인터뷰는 2020년 6월에 1년 금융석사과정의 치열한 여정을 마치고 커리어를 막 시작한 졸업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스웨덴유학 그리고 삶>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2019년부터 룬드대학교 경영경제대학(LUSEM)에서 금융석사과정 (1년)을 공부한 김민찬이다. 재학 중에 해당 전공 학생 홍보대사 활동을 했었고, 2020년 신입 석사생 오리엔테이션에 대표자로 과정 소개도 맡았다. 현재는 한국의 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스웨덴 석사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유학 결정을 듣고 주변 반응은? 


처음부터 금융 분야 석사 공부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한 국제기구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업무 능력은 충분히 인정받았지만, 학력 때문에 차별, 혹은 평가절하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달리 말하면, 조금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과 협업하기 위해서 대학원 과정의 필요성을 느꼈다. 시간 집약적으로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1년 만에 집중적으로 학위 과정을 마칠 수 있는 금융석사과정이 눈에 들어왔고, 룬드에서 우연히 기회가 닿았다. 이전까지 스웨덴과 연고가 없었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스웨덴과 다른 유럽 나라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었고,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스웨덴에 오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그림쟁이의 탈을 쓴 분석가였다.*  석사 과정 전까지 걸어온 길이 전공과 사뭇 다르다. 하지만 내가 전시회도 기획하고, 삽화를 그려서 책을 내는 활동을 했던 이면에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분석’ 과정이 있었다. 예술 기획과 재무적 기획은 분석을 통한 목표 성취에 비슷한 점이 있다. 본질의 표현이 다를 뿐이다.


-석사 유학 과정에서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활동 한 가지만 골라본다면?


LUSEM에서 매년 9월 즈음 열리는 커리어 이벤트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학기 시작 후 9월 즈음 IBF(Investment Banking Forum)가 열린다.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나 사모펀드(Private equity) 분야 취직에 관심이 있다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 업계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서 다른 곳에서 듣기 어려운 밀도 높은 조언을 해주고, 선후배 간 인터뷰가 채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매년 2월경 LUSEM 학생회에서 “EEE”라는 커리어 이벤트에도 채용에 진심인 회사가 많이 참여하므로 역시 값진 기회이다. 다만, 두 행사 모두 생각보다 홍보가 잘 안 된다는 인상을 받았으니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네트워킹이 당장의 취업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중요함을 실감했다.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CBS)에서 비즈니스 경진대회를 하는데, 석사 친구들과 같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가고 신뢰를 쌓았다. 이렇게 친해진 사람들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논문 작업 시에도 룬드나 말뫼 소재 회사와 협업한다면 업계 종사자들과 비교적 격 없이 일해볼 기회가 된다. 이런 문제 해결 경험과 스토리를 갖춘다면 스웨덴 혹은 유럽 현지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취업을 위해 자신의 노력이 가장 필요했던 분야는? 


학교 프로그램을 잘 마치면서도 스웨덴 노동 시장 취업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챙기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분야가 많았다. 스웨덴어의 경우 목표하는 직종에 따라 요구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은행, 투자은행, 사모펀드 등에서 일하고 싶다면 스웨덴어를 능숙하게 하는 것이 무조건 유리하다. 학교나 커리어 이벤트에서 권하는 수준보다 훨씬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대기업 재무부서에서도 스웨덴어 능력은 분명히 메리트로 작용한다. 나와 프로그램 동기들의 상황을 보자면, 스웨덴 금융권과 글로벌 대기업의 재무팀이 지원자에게 기대하는 스웨덴어 수준이 상당히 다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한편,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은 학문적인 배경 위주가 많으므로 실무 관련 내용은 1/3 미만이고, 그만큼은 스스로 독학하면서 채워야 한다. 실무 지식부터 인터뷰 준비까지 포함하는 내용이다.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지원 시기가 입학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학교 진도를 따라가면서 준비하면 늦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코스워크를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워낙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내용을 따라가고, “금융적 사고”로의 전환을 위해 주말을 반납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했다.


-지금 다시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첫 학기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은? 


후회가 없다. 열심히 살았고,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본 것 같다.


-예비 유학생이나 유학생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쑥스러워하지 말고 친구를 열심히 만들고,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스웨덴 학생의 비중이 높은 델피 지역으로 이사를 했을 때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먼저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해보니 기숙사 이웃들과 오랜 친구나 가족처럼 잘 지내게 되었다. 스웨덴 사람들이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오히려 그만큼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보고, 내가 그 사람들을 이해해보려고 하면 어떨까 싶다. 문화에 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 역시 유학 경험의 일부이며, 시야를 더 넓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스웨덴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본다면? 


스웨덴은 나에게 “데자와(밀크티 음료)”이다. 럭셔리해 보이고, 맛도 괜찮을 것 같은데 뚜껑을 열어보면 기대했던 맛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시도해보다 보니 어느새 빠져들고 계속 찾게 되는 느낌이다. 완전한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음을 알았기 때문에 더 정이 가는 나라이다. 어둠에 대해서 불평하기보다는 어둠을 이용해서 빛을 더 아름답게 꾸밀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해준 곳이다. 


*김민찬 씨는 난민 아동의 일상을 알리는 대학생 난민 대학생 난민 프로젝트팀 ‘난쏘공(난민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어떤 생일을 보냈니>의 그림 작가로 참여했다. 난쏘공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와 서평을 덧붙인다. 아울러, 2019년 4월 세계인도주의의 날을 맞이하여 열린 ‘프리즘’ 전시회와 이어서 2019년 8월 열린 ‘브릿지 더 갭(Bridge the Gap)’ 전시회에도 참여해 난민 아동 인권 문제를 알렸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Rosalind Chan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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