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성 Jul 23. 2021

AC 인터뷰 12: 고정민 님

나에게 스웨덴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아닐까 싶다. 서로를 위해 서로 너무 가까워질 수 없었던 지난 1년, 그리고 2021년을 살아온 우리에게 거리 두기는 방역수칙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유학도 다른 의미의 ‘거리 두기’를 체험하는 과정이다. 나를 생경한 곳에 내던진 후 새로운 나와 나를 맞이하는 그들 사이의 묘한 관계. 이방인이 혹은 이방인만이 겪을 수 있는 삶의 양식. 이번 AC 인터뷰를 진행한 뒤, 내용을 음미하면서 필자는 독일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이 설명한 ‘이방인’이 머릿속을 스쳤다. 한 명의 이방인이 머물렀던 스톡홀름에서의 2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1) <스웨덴유학 그리고 삶>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스톡홀름대학교에서 2018년부터 2년 동안 국제비교 교육학 (International and Comparative Education) 석사 과정을 공부한 고정민이다. 2021년부터 한국에 있는 유네스코 산하 기관에서 세계시민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다.


2) 스웨덴 석사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교육 ODA 관련 커리어를 쌓고자 석사 과정을 알아보면서 비교 교육학이라는 특정 전공을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진로를 희망했기 때문에 유럽 쪽에서 공부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는데, 영어로 공부하는 비교 교육학 전공을 개설한 학교가 많지 않았다. 그렇게 좁혀 나가다 보니 스톡홀름대학교가 알맞은 선택지로 다가왔다.


3) 스웨덴에 오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대도시의 삶에 익숙했던 사람이다. 스웨덴 유학 전에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지만, 주로 그 나라의 수도 혹은 대도시에서 살았다. 따라서 언제나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리고, 온갖 일이 일어나며 밤낮없이 흘러가는 도시의 삶이 익숙하고 편했다. 비록 스웨덴의 수도지만 ‘대도시의 카오스’는 찾아보기 힘든 스톡홀름에서의 삶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

스톡홀름대학교 프레스카티 캠퍼스 곳곳의 겨울, 여름, 그리고 봄

4) 석사 유학 과정에서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활동 한 가지만 골라본다면?


일을 시작한 후 생각해보니 전공 수업에서 다루었던 내용과 그룹 과제를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많은 도움이 되어 놀랐다.  수업시간에 토론이나 에세이 주제로 다루었던 주제가 현재 국제기구에서 예산을 책정하고 실행하는 프로젝트로 이루어지고 있다.

때문에, 관련 내용을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를 미리 고민한 시간이 도움이 되었다. 특히, 수업 시간에도, 교실 밖에서도 이런 주제에 관한 열정이 많고 진심인 친구들과 공통 관심사에 관해 토론하고, 나름의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고민해봤던 것이 국제기구 일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또한 서로 다양한 배경을 지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았다. 이러한 토론이나 토의는 결국 최종 결과물을 내야 하다 보니까,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조율하고 협의하는 법을 배웠다.  


5) 취업을 위해 본인만의 노력이 가장 필요했던 분야는?


얼핏 들으면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취업 준비를 하면서 넓게 보면서도 동시에 세부적으로 봐야 함을 깨달았다. 내 경우를 예시로 들자면, 교육이라는 스펙트럼이 넓은 분야 속에서 세계시민교육이라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점을 찾아서 진로와 연결하려고 노력했다.  국제기구 혹은 유네스코에서 일하는 것을 처음에는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전공 공부를 하며 관심 주제를 좁히자, 유네스코 산하에 각 주제에 특화된 기관이 많음을 알 수 있었고, 이런 기관에서 일할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취업과 관련된 경험을 쌓을 때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좋겠지만, 나중에 이를 하나의 스토리에 담아내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 경험이라는 좋은 재료를 취업 준비 과정에서 잘 ‘플레이팅’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6) 지금 다시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첫 학기로 돌아간다면,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첫 학기는 새로운 나라/도시와 학교에 적응하기에도 바쁘고 친구를 사귀기에도 바쁜 시기이다. 하지만 바쁜 김에 좀 더 바쁘게 움직여서 주체적으로 마음 맞는 사람들과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해봤으면 어땠을까 싶다. 오히려 첫 학기가 학업적으로는 가장 여유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것들을 해보자고 친구들과 구상만 했던 것을 실행으로 옮겨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7) 예비 유학생이나 유학생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웨덴어를 꼭 배우면 좋겠다. 나는 스웨덴어를 쓸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을 다른 데 투자하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사람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현지에 살면서 언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때 열심히 배워두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더불어, 내가 가지지 않은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내가 누릴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훨씬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스웨덴에 갔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곤 했었지만, 문득 내 주변 사람들, 이 도시,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즐기고 있는지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나니까 그 나름대로 좋았다.


8) 마지막으로, "나에게 스웨덴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본다면?


나에게 스웨덴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방인이라는 상황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있다. 사회 분위기도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였기에, 오롯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석사 유학은 공부하면서 다음 진로를 고민하는 시간이기에 나를 되돌아보는 이런 시간이 더 소중했던 것 같다.


커버 이미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고정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