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스웨덴은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세상이다.
반드시 따라야 하는 ‘모범 경로’가 존재한다는 생각은 남에게 뒤지지 않고 빠르게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만큼이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종종 있다. 갈 곳은 정해져 있으니, 열심히 가기면 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다행히도 AC 인터뷰 기획을 진행하면서, 많은 졸업생이 길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내가 설렐 수 있는 방향을 찾고 그곳으로 힘차게 달려가는 과정 모두가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인터뷰도 ‘삶의 정답’에 관한 고민, 구체적으로는 ‘유학 생활의 표준’에 관한 고민에 대한 또 하나의 답이라고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스웨덴 예테보리의 샬머스 공과대학에서 2017년부터 2년 간 전기공학(electrical engineering) 석사과정을 공부한 진달래*이다. 현재는 스웨덴 현지의 통신 장비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스웨덴 유학이라는 선택지를 처음 떠올린 계기는 학부 실습 때 사용했던 기계 중 스웨덴 회사에서 만든 기계가 많음을 알게 된 일과 졸업을 앞두고 현재는 중단한 한국인 유학생 대상 장학금 프로그램에서 샬머스 대학교 관련 정보를 접한 일이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유학 장소를 고민하면서 3가지를 고려했다. 우선 학비와 생활비 부담을 경감할 장학금 제공 여부, 두 번째는 학부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분야를 모두 다루는 학교/전공 과정인지,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공부하면서 졸업 후 현지에서 취업하거나 박사 공부를 할 수 있는지였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고려할 때 가장 좋은 선택지가 샬머스 공과대학이었다.
스스로의 목적은 없고 남들이 하는 만큼 살아왔던 사람이었다. 좋은 학교 졸업하고, 좋은 직장 가서 돈 많이 버는 삶. 굳이 납득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들어온 표준적인 삶. 덧붙이자면 여기 와서 삶의 경로가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서 남의 이야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느끼는 것을 더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가치관이 바뀌었다.
1학년 때, 학교에 모두가 참가하는 1년 과정 프로젝트가 있다. 레이싱 전기차를 직접 만들어서 대회에 나가는 것이다. 한 팀이 30명 정도로 구성되고 두 명 정도의 선생님이 과제를 도왔다. 실제 주행이 가능한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예전에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선배들의 기록을 읽어보고, 지도교수에게 물어가며 차근차근 완성했다. 많이 배웠다. 더불어 학점 인정도 되기에 더 열심히 참여할 수 있었다. 대회에 관해 궁금하실 독자분들을 위해 대회 홍보용으로 제작된 영상도 공유한다.
하고 싶은 일도 분명했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분명했지만, 어느 회사가 이 일자리를 뽑는지 몰라서, 이것을 찾는 과정이 조금 힘들었다. 졸업 논문도 비슷한 방향으로 썼는데, 자료 수집 관련 질문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렉처러(lecturer)가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서 회사 자리를 소개받았다. 심지어 스웨덴인 학생들도 잘 모를 만큼 적극적으로 홍보가 안 된 기회였다.
친구들과 조금 더 열심히 놀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학년 때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시간 소모도 많고, 모임 및 회의도 잦기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마음과 시간 여유가 적었다. 수업 듣고 공부하다 보니 스웨덴어 배우기에도 시간을 많이 쏟지 못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찾으며 열심히 어울렸으면 좀 더 스웨덴인 친구가 많거나, 스웨덴어를 더 잘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우선, 명확한 목표를 정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좌절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유학 결심을 하고 목표를 정했다면 노력하면서 얻게 되는 것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해외 체류 자체가 색다른 경험이므로. 또한, 뭐든지 해 보자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나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준 분도 꼭 연락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한 발짝 다가갔더니 기회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졸업 논문이 끝날 즈음에 학교에서 아르바이트 공고가 났었고, 심지어 당시에 난 스웨덴 밖에서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공고를 우연히 보고 한 번 해볼 만한 일이라 도전했는데 다행히 기회를 잡았고. 이 기회에 앞서 말한 “귀인”과 같이 일을 하며 친분을 쌓을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는 세상이다. 앞서 말한 대로 내가 겪은 스웨덴은 다양한 삶의 경로를 존중하는 곳이기에 남을 덜 의식하며 나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주: 진달래 님의 요청으로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커버 이미지: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전기차 대회에서 촬영한 사진, 출처: 진달래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