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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성 Dec 28. 2021

나에게 스웨덴은 흙이다

AC 인터뷰 18: Young 님 

2020년 9월에 연재를 시작한 AC 인터뷰가 벌써 2021년의 마지막 인터뷰로 찾아왔다. 처음에는 졸업 후 진로라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낯선 독자들과 공유할 졸업생을 계속 찾을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고,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같은 이야기라도 조금 더 재미있게, 인터뷰 대담자의 의도를 최대한 살려서 담아낼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기획을 이어 나갔다. 여러 독자들이 연재한 글을 읽고 좋은 피드백을 보내줬고, AC 인터뷰는 이런 피드백을 토대로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나올 수 있었다. 


Young 님의 마지막 답변을 듣고 ‘흙’이라는 비유를 얼마나 자주 활용하는지 생각해봤다. 비록 인간은 동물이지만, 우리는 정체성을 찾고, 삶의 기반을 다지고, 중심을 찾는 과정을 ‘뿌리내리기’라는 비유로 표현하곤 한다.  <스웨덴유학 그리고 삶> 매거진에 실린 스웨덴 석사 유학생들의 새로운 출발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같은 비유가 등장한 적이 있기에, 유학 생활 동안 스웨덴에서 쌓은 좋은 경험과 추억을 ‘흙’에 비유한 답변이 특히 인상 깊었다. 

 

1) <스웨덴유학 그리고 독자에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룬드 대학교 경영경제대학에서 2016년부터 1년 동안 International Marketing and Brand Management 석사 과정을 공부한 Young이다. 졸업 후에 외국계 회사 위주로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으며, 2022년 1월부터 북유럽 국가계 회사에서 컨설팅 직무로 일할 예정이다.


2) 스웨덴 석사 유학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스웨덴 유학 전에는 한국 소재 대학교 국제교류부에서 근무했다. 일하면서 대학 홍보 일이 적성에 맞음을 파악했지만, 좀 더 국제적인 환경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학부에서 복수전공으로 공부했던 경영 지식을 살려서 인터내셔널 마케팅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두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석사 과정 공부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보다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영어로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진지하게 알아봤다. 국제교류부에서 일했기 때문에 각 나라와 대학의 특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유럽 여러 대학교에서 경영 관련 석사 1년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함도 알고 있었다. 룬드 대학교의 해당 프로그램에 관해서도 사전 지식이 있었다. 괜찮은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에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 


3) 스웨덴에 오기 전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나는 열등감으로 가득 찼던 사람이었다. 한국에서 하던 일도 재미있고 나의 상황 자체도 나쁘다고 보긴 어려웠지만 다른 사람과 자신을 자주 비교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남이 나보다 나은 면을 비교하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스웨덴 유학 후에 나를 되돌아보면, 이제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후로는 남과 나를 비교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뒤따르는 열등감이나 조급함도 같이 사라졌다.  


4) 석사 유학 중 취업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활동  가지만 골라본다면?


학과 프로그램의 일부로 이케아(IKEA)와 같이 진행한 프로젝트가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고객 경험 제고를 위한 마케팅 플랜을 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한국에서는 이 정도로 긴밀하게 산학 협력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었다. 이케아 직원의 실용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었던 점 역시 좋았고, 이후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부수적으로, 수업에서 필요한 업계 종사자 인터뷰 대상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고위급 간부 등도 교수가 도와줘서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점 역시 기억난다. 


5) 취업을 위해 본인만의 노력이 가장 필요했던 분야는


내가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쌓은 지식/경험과 나의 커리어 지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구직 활동을 하는 과정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고, 이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학 이전과 비교해서, 유학 과정 중에 내가 선호하는 직무나 업무 환경에 변화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안정적인 공기업을 선호했다면, 석사 과정을 마칠 즈음의 나는 다이내믹하고 능동적인 업무 환경, 더욱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를 선호함을 알게 되었다. 때문에, 그런 그림에 보다 가까운 외국계 회사에 집중적으로 지원하게 되었고, 직무 선택에서도 나의 전공을 언제나 고려했다. 


6) 지금 다시 석사 과정을 시작하는  학기로 돌아간다면 해보고 싶은 것은?


스톡홀름에 한번 가보고 싶다. 내가 공부했던 석사 과정이 1년 프로그램인 만큼 매우 집약적이었고, 학기 중에는 공부밖에 할 수 없었다. 결국 스웨덴에 살면서 가장 큰 도시인 스톡홀름을 가보지 못했다. 비교적 덜 바쁜 1학기에 다녀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7) 예비 유학생이나 유학생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웨덴 유학 결정이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는 것을 충분히 느낀 만큼 유학 생활을 좀 더 즐겁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는 그룹 워크에 관련된 내용이다. 스웨덴에서는 그룹 워크를 정말 많이 한다. 그런데 비교적 남의 말을 우선 잘 들어보려는 한국 학생과 자기주장을 일단 표현하려고 하는 다른 문화권의 학생 간 소통 과정에서 한국 학생이 주눅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으로 생각을 표현하면 좋을 것 같다.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다들 그렇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소통이 늘어나면 그룹 워크의 부담감도 많이 사라졌다. 


두 번째로, 시간 많을 때 운동이나 활동적인 액티비티를 많이 하는 것을 추천한다. 운동을 안 하면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일상 속에서도 쳐진다. 짐을 다니든, 자전거로 통학을 하든, 스포츠 취미를 갖든 다양한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일상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8) 마지막으로, "나에게 스웨덴은 OOO이다"라는 문장을 완성해본다면


나에게 스웨덴은 흙이다. 되돌아보면 나는 자존감이 약하고 뿌리도 약한 사람이었는데, 스웨덴에서 공부한 시간이 중심을 잘 잡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 느낌이다. 흙에 있는 영양분을 식물이 먹고 잘 자라서 꽃이 피는 것처럼, 스웨덴에서 자신감도 생기고, 삶에 건강한 뿌리를 내림으로써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 같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William Mattso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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