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는 어떤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있을까?
올해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시즌은 작년보다 활기가 도는 느낌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작년에는 취소되었던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들이 다행히 올해는 대부분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은 사무실, 가게, 집 창문에 놓인 장식들이다. 스웨덴에서는 할로윈이 끝난 직후부터 이러한 장식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해서 늦어도 11월 말부터는 거의 모든 창문에서 장식들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조명으로 되어있는 것들이 많아서 12월이지만 거리가 좀 더 밝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학생들이 사는 기숙사에서도 이러한 장식은 빠질 수 없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들이지만, 모두들 크리스마스에는 진심인 모양이다. 필자 역시, 작년에 하나, 올해 하나 장식을 구매해 창가를 장식해 두었다.
요샌 이케아를 통해서 한국에서도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장식들에는 정확히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장식들을 조금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스웨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공유하고, 각각의 장식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그리고 필자는 어떻게 장식해 두었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스웨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이다. 보통 하얀색 또는 빨간색으로 된 별 모양의 종이 장식에 전구를 넣어 사용한다. 이름과 모양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장식은 별, 정확하게는 베들레헴의 별을 의미한다고 한다. 창가에 별 모양의 조명을 걸어두는 전통은 사실 스웨덴이 아닌, 독일과 체코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나무, 칩보드, 간혹은 메탈 등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실 스웨덴에 이 전통이 넘어온 것은 1920-30년대로, 생각보다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룬드에서도 아주 가끔 종이가 아닌 다른 재질로 만들어진 어드벤트 스타를 만날 수 있는데, 딱 보기에도 굉장히 역사가 깊어 보이고, 무엇보다 비싸 보여 구매할 엄두도 내지 않았다.
얼마나 어드벤트 스타가 많이 장식되어 있는지, 이 장식이 없는 상점 창가를 보면 오히려 너무 허전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장식이 없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렵지만. 창문이 많은 상점이나 집에서는 모든 창문을 스타로 장식하는 것은 조금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리스 모양으로 된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워낙에 이런 장식이 많아서일까, 대부분 스웨덴의 가정집에는 창가 위쪽에 창가 조명용 소켓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 조명을 매달까 딱히 고민할 필요 없이 플러그만 꽂으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자의 기숙사 방에는 창가용 소켓이 없기 때문에 커튼레일을 이용해 조금 힘들게 설치를 해 놓았다.
보통 4개의 초로 이루어진 어드벤트 캔들은 창가에 두기도, 혹은 식탁에 두기도 한다. 각 캔들은 크리스마 전까지 4주 동안 일요일마다 켜기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전까지의 4주 동안의 일요일을 어드벤트라고 하는데, 올해는 11월 28일(1주 차), 12월 5일(2주 차), 12월 12일(3주 차), 12월 19일(4주 차)이 크리스마스 어드벤트였다. 이렇게 각 캔들마다 켜기 시작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위 사진과 같이 자연스럽게 초의 길이가 계단식으로 달라진다. 그냥 4개의 캔들을 각각 두기보단, 사진과 같이 4개의 초를 나란히 꽂아 사용할 수 있는 어드벤트 캔들용 홀더를 많이 사용한다.
한편, 요즘 어드벤트 캔들은 LED 조명으로도 대체되기도 한다. 필자도 작년에 LED 조명으로 된 것을 구매해서 올해도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캔들은 4개의 초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LED로 된 것은 보통 7개의 초 모양으로 되어있는 것이 차이점이다. 어드벤트 캔들 조명은 1934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매년 초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안전성이 더 높기 때문에 LED 조명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어드벤트 주차에 맞추어 캔들을 각각 점등할 수 없다는 한계는 있다.
스웨덴에는 산타 클로스가 아닌 산타요정(정령)이 있다. 산타요정 장식은 보통 눈이 가려질 정도로 코가 부각되어 있고, 일반적인 산타 '할아버지' 이미지보다 좀 더 아담하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요정의 유래는 꽤 오래전, 스웨덴이 농경사회였던 시기로 거슬러 올러간다. 스웨덴 사람들은 농사를 짓는 그 땅에 처음으로 농사를 시작한 조상의 영혼이 깃들어 함께 산다고 믿었다. 이 영혼은 하얀 수염을 기른 작은 노인으로 묘사되었고, 주로 농장을 보호하는 정령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하지만 항상 친절한 것만은 아니어서, 가축이나 농작물을 기르는 데에 소홀하거나 농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벌이는 경우는 사고를 일으키는 장난꾸러기가 되거나 그만의 방법으로 화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1882년에 출판된 한 스웨덴 민화에서, 이 정령은 농장을 잘 보호해준 답례로, 사람들에게 버터 한 덩이가 들어간 죽 한 그릇을 받았다고 묘사되었다. 이 답례는 크리스마스에 더 필수적인데, 크리스마스 아침에 그릇이 비어있다면 그 정령이 답례를 제대로 받았다는 것이므로, 농장의 모든 일이 1년 동안 잘 될 것이라고 믿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크리스마스에 이 정령을 기념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엔 우리가 아는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와 스웨덴의 산타 요정의 이미지가 섞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그 둘을 크게 구별 짓지는 않는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산타 클로스를 '스웨덴어'로 뭐라고 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Jultomten(Christmas gnome)'라고 답한다.
12월부터 일반 마트에서 쉽게 회색 혹은 빨간색 옷을 입은 산타 요정 인형들을 찾을 수 있다. 여담으로 12월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이 인형들은 할인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평소보다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산타요정 장식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 시즌에 산타요정 장식을 하곤 했다. 산타요정 장식은 요새 꽤 흔해져서, 굳이 이케아가 아니더라도 다이소 같은 곳에서도 쉽게 찾아서 구매할 수 있다.
위 장식들은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를 위한 장식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정리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1월 중반까지는 잘 치우지 않는 분위기이다. 필자가 일본에서 거주할 당시에는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관련 장식들이 정말 감쪽같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새해를 기념하는 장식들이 거리에 가득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런 것을 보면 문화가 꽤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스웨덴은 어두운 겨울이 너무 길기도 하고, 새해를 기념하는 특별한 장식이 있는 것이 아니며, 다음 시즌 장식들이 나타날 4월 이스터(Påsk)까지는 간격이 너무 길기 때문일 것이다. 시내 곳곳에 설치되어 있던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들이 하나 둘 철거되기 시작하면, 그제야 사람들도 각자 집 창가에 두었던 장식도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장식을 정리하는 데에 게을러서라기보단,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장식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과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것의 의미가 모두 비중 있게 담겨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이 필자에겐 스웨덴에서, 최소한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연말연시가 될 테니, 더 의미가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필자도 그래서 이 기간을, 의미 있는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함께 더 잘 보내려 한다.
[참고]
The Local Sweden. (2013). The Lowdown: Swedish Advent. [online] Available at: https://www.thelocal.se/20111201/9242/
podcast, S. (n.d.). Swedish Advent. [online] littlebearabroad.com. Available at: https://littlebearabroad.com/swedish-advent/
www.swedishfood.com. (n.d.). Jultomten (The Swedish version of Father Christmas). [online] Available at: https://www.swedishfood.com/jultomten
커버 이미지 Cover Image (Photo: Göran Assner/imagebank.swed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