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얼굴에 주먹질하기

끝나지 않는 내 얼굴과의 전쟁 시작

by 오레오오

502호 쌍둥이들이 아직 쌍둥이로 웃으면서 삶을 살 무렵. 매번 서로 붙어 다니며 웃음이 끊이질 않는 매일을 보내지만 사실 이때도 쌍둥이들은 엄청나게 싸운다. 쌍둥이가 아니더라도 형제자매 남매 등 거의 다 자라면서 싸움을 하겠지만 쌍둥이의 싸움은 조금 다르다. 뭔가 존재의 이유를 위해서 싸움을 한다고 해야 할까? 쉽게 얘기하면 나를 닮은 다른 나와 싸워 이긴 사람이 진짜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느낌? 무엇하나 가지기 위해서는 나와 똑같은걸 원하고 있는 다른 나를 이겨야 가질 수 있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물론 싸우게 되는 이유나 방식 등은 다른 형제들과 같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은 나이를 먹으면 형 동생의 구분 그리고 성장의 차이 등 등이 더 이상 싸움을 하지 않아도 우위를 가눌 수 있어 싸움이 필요 없어지지만 쌍둥이들은 그렇지 않다. 같은 얼굴에 같은 체급과 학년 뭐하나 우위를 둘 수 없으니 싸움의 기한이 무기한적인 셈이다. 언제나 동체급으로 유지되는 쌍둥이들은 우위를 위해서 싸움이 지속되는 셈이다.


집안에서 언제나 벌어지던 싸움은 언제부턴가 스포츠처럼 되어버렸고 승자를 가르기 위해선 꼭 필요로 한 절차처럼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니 머리가 커지고 피지컬이 제일 좋을 중고등학교 때는 유일하게 싸움을 말릴 부모님 조차 말리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계속되는 싸움도 쌍둥이가 사라지게 되는 이유 중에 비중이 큰 하나이다. 일단 마주치면 싸우는 일이 생기니 서로 멀리하는 것이 싸움의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일이었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기 위해 서로 다름을 추구하다 보니 서로의 입장이나 생각이 달라져 시간이 갈수록 육체적인 싸움보다 감정적인 싸움이 더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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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된 502호 쌍둥이들은 서로 같음을 창피해했고 서로 반대되는 성향으로 입지를 다져갔다.

한 명이 안경을 쓰면 다른 한 명은 렌즈를 한 명이 머리를 기르면 한 명은 쇼커트를 이렇게 같은 얼굴이지만 쌍둥이가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말이다. 성격 또한 반대성격으로 발전해 친구들 또한 서로 반대되는 친구들로 구성되어 서로를 창피해하면서 멀리했다. 교실에서 앞줄에 앉아있는 친구들과 친한 쌍둥이 그리고 맨 뒷줄이나 거의 학교에 안 나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다른 쌍둥이.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집안에서는 서로 얼굴을 마주치니 싸움이 멈출 리 없었다.


그런 환경이나 성격이 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관이나 생각에 반영이 되어 성인이라는 나이가 지나가게 될 때는 정말 극과 극의 직업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쌍둥이로 발전했다. 그럼 당연히 말이 통할 리가 없지 않겠는가? 서로가 속한 다른 환경에서 본인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열심히 할수록 쌍둥이들은 더 달라지고 멀어져 갔다. 이때부터 서로를 이해하기를 거부했고 감정적으로 서로를 상처 주는 일들이 더 많이 발생했다.

타인의 시선에서 멀어지기를 시작했고 잦은 싸움이 커지면서 서로 다름에 좀 더 확고한 자기들만의 생각과 입장이 이 둘을 아주 멀리 떨어뜨려놓았다. 그렇게 502호 쌍둥이들은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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