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의 현역 시절의 대한 기록
30년쯤 전 서울시 양천구 한 아파트.
태양이 하늘 위로 떠오르는 순간부터 502호에는 웃음소리와 시끌벅적한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곳에 6살의 쌍둥이가 살고 있다. 집안 여기저기를 굴러다며 웃고 떠드는 소리가 아파트 단지 내로 퍼져갔다. 유일하게 조용한 순간이라면 아마 엄마한테 꿀밤을 맞는 시간 정도 일려나.
어쨌든 눈을 뜨자마자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시작하는 그들은 아침 식사 후 밖으로 나온다. 그리곤 그들은 뛰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넘치는 힘에 영양분까지 든든하게 섭취했으니 아파트 단지를 접수라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집 밖을 나오는듯했다. 너무나 최선을 다해서 뛰어다니기 때문에 누가 봐도 그런 그들의 각오는 충분히 눈치챌 수 있었다.
어제 본 것도 즐겁고 새롭게 보이는 것도 즐겁고 그저 헤헤헤 웃으며 그 넓은 단지를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이 넓은 단지에서 쌍둥이들을 마주 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이 목격한 쌍둥이들의 모습은 한결같았다.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땀방울이 맺어있는 이마, 그리고 살짝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하얀 치아를 활짝 드러내고 전속력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었다.
나름 쌍둥이들에겐 패턴이 있어 보였다. 입구에서 나오면 화단들이 가꿔져 있는 작은 길을 따라 뛰기 시작해 큰 도로 정류장이 닿는 넓은 광장 길을 쭉 달린다. 뒤에서 누가 밀고 있는 듯 그저 두 손 꽉 쥐고 꺼지지 않는 모터를 돌리는 듯 멈추지 않고 달리며, 달리면 달릴수록 힘이 빠지는 게 아닌 더더욱 충전이 되는 듯했다.
그렇게 큰길의 정류장까지 달려가면 멈춰서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들을 바라본다.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경쟁의 눈빛으로 보는 것 같기도 한 묘한 얼굴을 하고 차들을 바라본다. 설마 자동차를 이겨보려고 그렇게 달린 걸까? 그래 이 쌍둥이 들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곧이어 어마어마하게 큰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오면 전보다는 겸손한 자세를 갖추며 동그랗게 뜬 눈으로 버스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 치잉~ " 마치 로봇의 조종실로 연결되는 문이 열리듯 버스의 운전석이 멋지게 열린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로봇의 운전석을 향해 가듯 비장하게 걸어 들어간다.
쌍둥이는 그 길에 합류하지 않는다. 가고는 싶지만 엄마한테 혼날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버스가 사람들을 싣고 정류장을 떠나면 그들은 좀 전보다 더 빠른 뜀박질로 왔던 길을 되돌아온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엇인가를 태우는듯한 행동을 연출하며 힘차게 단지 곳곳을 누비며 달린다.
아이들의 체력은 무시무시하다. 이 쌍둥이들의 체력은 더더욱 대단한 거 같다. 그렇게 뛰고도 쌍둥이들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집 앞 놀이터다. 아이들이 놀아봤지 얼마나 놀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어마어마한 착각이다. 놀이터에서 그들에겐 불가능이란 없다. 옆 동에 사는 외동인 영철이가 봤던 목격담이다.
영철이는 동그란 얼굴에 바람을 맞으며 그네 타는 것을 좋아했다. 그날도 영철이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놀이터로 향했는데 그때 쌍둥이들이 그네를 타는 것을 목격했다. 내가 알던 그 그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도 높이 날고 있는 그네. 손을 뻗어 하늘 위에 얼룩 같은 구름을 풀어헤쳐 맑은 하늘로 만들 수 있을 만큼 날고 있는 쌍둥이호 그네. 한 그네에 둘이 마주 보고 타 서로의 힘들 배로 증가시켜 보통 그네에서 슈퍼파워 제트 그네로 변신시켰던 것이다. 그네뿐이 아니라 미끄럼틀 시소 정글짐 등등 매달리고 기어오르고 뛰고 다시 매달리고 영철이의 손은 닿지 않는 곳까지 그들은 서로의 힘을 이용해 자유롭게 놀이터를 점령하고 있던 것을 그날 보고 말았다. 그날 영철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면 나와 비슷한 아이를 낳아달라고 엄마한테 얘기했다가 혼이 났다고 한다.
그렇게 아파트 단지는 계절과 상관없이 거의 매일 쌍둥이들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영원히 아파트 단지를 채우고 있을 거 같은 그들의 에너지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아파트 단지 어디에도
버스정류장에도
놀이터 조차에서도 그들을 볼 수는 없었다.
502호의 쌍둥이들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