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동물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쌍둥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

by 오레오오



502호의 쌍둥이들이 사라졌다.

그들이 왜 사라지게 된 것인지 그들에게 있었던 일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그들에겐 벌어지고 있었다.



502호 쌍둥이들은 오늘도 놀이터로 출근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보이자 놀이터에서 먼저 자리 잡고 있는 아이들, 출근을 하는 삼촌들 그리고 지나가는 형아 누님들, 나무 위에 비둘기까지 쌍둥이 주위에 몰려 구경을 시작한다. 그럼 그렇게 쌍둥이 동물원이 개장된다.


" 오늘도 역시나 많은 분들이 저희를 구경하시네요. 여러 번 뵙던 분들도 또 오셨군요.

역시나 신기하게 바라보시네요. 자자 한꺼번에 질문하지 마시고 천천히 둘러보시고 질문 주세요. "


쌍둥이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을 둘러싸며 구경하는 사람들이 질문이 시작되며 쌍둥이들은 대답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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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너무 똑같이 생겼다.

누가 형이니? "


먼저 혼란을 줘 죄송합니다. 사실 눈을 떠보니 그냥 이렇게 태어났더군요.

사람들에게 혼란이나 주목을 받고 싶어 그런 건 아니랍니다. 매직아이처럼 어지럽게 해 드렸다면 준거라면 사과드리지요.


누가 형인지 궁금하시다고요? 말씀을 드리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만 분명 이번에 말씀드려도 다음번에 또 물어볼 겁니다. 그때 가서 정말 누가 형인지 계속 궁금하시다면 그때 말씀드려도 될까요?

거의 매일 이 질문만 100만 번 받고이거든요.




" 어떻게 구분하니? 다른 곳이 있긴 한 거니? "


너무 똑같아 누가 누군지 모르시는 거죠? 그런데 왜 자꾸 구분을 하려는 걸까요?

정말로 궁금해서는 물어보는 걸까요? 아님 그냥 똑같이 생긴 것들 중에 한 명을 골라내고 싶은 신 맘일까요?

사실 구분을 하신다고 해도 달라 질건 없거든요. 외적으로 구분이 가능한 거지 사실상 매일 붙어 다니고 매일 같이 밥 먹고 같은 방에서 잠을 자고 공부도 노래도 같이 부르는데 왜 구분이 필요하신지 의문점이 드네요. 그래도 궁금하신다면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둘 중 한 명에게만 작은 크기의 점이 하나 있답니다. 그 점을 가지고 있는 제가 형입니다.

제가 매우 시건방져 고개를 하늘 높이 들고 다닌다면 잘 보이실 텐데 아직 꼬마가 그러면 안되잖아요.



" 엄마 아빠는 알아보니? "


저희 엄마는 질문자님의 형제분들을 못 알아볼 겁니다. 쌍둥이가 아닌데도 말이죠.

엄마는 가족이잖아요. 질문자님의 엄마 아빠는 우리를 알아보는 게 불가능하겠지만 우리 엄마는 완벽하게 알아본답니다. 내가 한 일을 동생이 했다고 우겨도 신기하게 내가 한 것을 알아낼 정도로 저희 엄마는 구분의 천재입니다. 아 아빠는 가끔 헷갈립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빠가 엄마보단 좀 덜 똑똑한 거 같아요.




" 텔레파시는 있니? "


저희는 영화에 나오는 영웅들이 살았던 아주 먼 행성에서 우주선을 타고 온 게 아니랍니다.

질문자님이 태어난 이유와 다를 것 없이 콩깍지가 씌어 그랬다는 엄마 아빠가 손을 잡고 자는 바람에 생겨난 쌍둥이랍니다. 하늘을 날줄도 손에서 거미줄이나 에너지파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그저 둘이 똑같이 생긴 게 다이지요. 만약 그런 힘이 있었다면 지금 이런 질문을 하는 질문자님이 무사할까요?




" 다른 한 명은 어딨니? "


그러게요 저도 궁금한데 혹시 제 동생 보셨나요?

똑같이 생기고 서로 붙어 다니는 것뿐이지 서로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로 궁금하다면 저희 집에 전화를 해서 엄마에게 물어봐보세요.

우리가 아무리 숨고 도망가도 엄마는 다 찾아내거든요.




" 학교 반은 바꿔봤니? 선생님이 모르지? "


이걸 어쩌죠? 지금 같은 반이네요. 다른 반으로 분리시켜놔도 자꾸 붙어 다닌다고 아예 같은 반으로 붙여놨어요. 작년 우리의 각 담임선생님들과 천재 우리 엄마가 큰 그림을 그리며 한 반으로 몰아넣었지만 현재 담임선생님이 매우 불만이 많으신 거 같아요. 엄마에게 자기한테 왜 그러냐며 하소연한 걸 들은 적이 있거든요.




" 그때 개가 너지? 너 맞지? "


다시 확인하고 오세요. 저는 질문자님을 처음 봅니다.

길거리에서 우리 둘 중 한 명을 마주쳤는데 내가 아는 얘가 맞나 의심이 든다는 건

우리 둘 중 누구 하고도 친하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자꾸 친한 척 맞냐고 물어보시나요?



" 서로 여자 친구 바꿔서 만나봤니?

걔들은 눈치 채니? "


왜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질문자님은 형제나 친구끼리 여자 친구를 막 바꾸면서 만나시나 봐요.



"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기니? "


제가 집니다. 제가 형인데 동생한테 집니다. 저보다 힘이 훨씬 세거든요.

근데 어른 주제에 왜 아이들 싸움을 궁금해합니까?



" 너네는 뭐 때문에 싸우는 건데?


일상이 싸움이죠. 무엇이든 하나를 가지려고 해도 저와 똑같이 그것을 원하는 이가 있기에

엄마의 허락보단 내가 아닌 저와 싸워 이겨야만 뭐든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무엇이든 2개씩 사주면 덜 싸울 텐데.. 우리 집은 가난한가 봅니다.



사람들은 끝도 없이 물어본다. 이렇게 쌍둥이들이 밖으로 나오면 거의 매일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런 질문공세가 아직 꼬마인 그들에겐 너무나 벅찬 일이라는 걸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듯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참 피곤한 날이구나 생각하며 쌍둥이들은 놀지도 못하고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 집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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