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쌍둥이는 어디로 갔을까?
나는 쌍둥이다.
아니 쌍둥이 아저씨다.
각진 얼굴에 숱이 빠져 힘없는 머리 그리고 눈가에 주름까지 가지고 있는 아저씨..인데 쌍둥이.
나는 쌍둥이로 30년 넘게 살아왔다. 소위 동네 친구들이 아닌 이상 지금 내 동료들은 내가 쌍둥이라는 것을 잘 모른다. 이 정도 나이가 되니 해맑게 " 난 쌍둥이야! "라고 말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인데 가끔 한 번씩은 생각보다 좁은 세상 속 나의 동료가 내가 아닌 나를 보고 나라고 생각해 친한 척 다가가다 봉변을 당하면 곧장 나에게 연락이 올 때가 있다.
이럴 때 주로 커밍아웃을 하는데 멋쩍은 목소리로 당신에게 혼란을 줘 죄송하다는 듯이 말한다.
" 그는 제가 아닙니다. 저는 쌍둥이거든요."
내가 마법을 부리는 것도 아닌데 쌍둥이라 말하면 사람들은 많이 놀란다.
쌍둥이로 살아가다 보면 쇼인 줄 알면서도 사람들을 기가 막히게 속이는 마술사의 입장을 경험해볼 수 있다.
눈이 커지고 입은 벌어지며 속으로 " 어머나 세상에! 말도 안 돼! "라고 외치고 있는 게 보이는듯한 그런 제스처를 매우 많이 보면 자란다. 이런 리액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매우 많이 달라진다. 쌍둥이의 리즈시절인 초등학교 저학년까진 사람들은 놀람보단 귀여움에 반응하며 매우 귀찮은 질문들을 쏟아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저 단순히 놀라며 속으로만 " 이런 아저씨가 또 있다고? 말하는 걸 느낄 수가 있다.
쌍둥이라는 이미지에는 어린아이가 있다. 누구도 쌍둥이라는 말을 들으면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아저씨 쌍둥이 혹은 뽀글거리는 파마머리에 사이좋게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아주머니의 쌍둥이를 생각하진 않는다. 똘똘한 눈빛 그러면서도 똑같은 얼굴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작고 귀여운 쌍둥이들을 연상한다.
도저히 누가 형이고 동생인지 (혹은 언니이고 동생인지 ) 알 수 없을 만큼 혼자도 귀여운데 같은 모습에 쪼꼬미들이 꽁냥꽁냥 하는 게 얼마나 귀엽고 이쁠까? 이때가 바로 쌍둥이를 연상케 하는 그 모습이다.
옛 어른들 말처럼 시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고 온몸에 털이 나면서부터 쌍둥이라는 호칭이 뭔가 창피했다. 자아를 찾기 위한 사춘기에 돌입을 하면 그때부턴 조금 쌍둥이라는 게 걸리적거린다. 안 그래도 어른들의 사소한 질문들과 관심이 짜증 나는데 여기 누가 형이야라는 질문까지 붙으니 질풍노도의 시기에 반항을 위한 꽤나 좋은 변명거리가 되었다.
어쨌든 그런 시기를 지나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쌍둥이 아저씨가 되어 남들과 다른 것 없는 개미 생활을 열심히 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꽤나 흥미로운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지인은 어른 쌍둥이들은 만나기 어려운 희귀 템이라는 듯이 그 많던 꼬마 쌍둥이들이 어디로 숨어 지냈는지 궁금해 아저씨 쌍둥이인 나에게 물어왔다. 우리가 살면서 주변에 어린아이의 쌍둥이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생 때를 생각해보더라도 학교 하나에 2~3쌍의 쌍둥이들은 매번 있었다.
이런 쌍둥이들은 과연 어른이 돼서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왜 어린 쌍둥이들만큼 우리 눈에 띄지 않을까?
너무 닮은 쌍둥이들은 나중에 크면 한 명으로 합체한다던가 한 명은 다른 차원으로 사라진다는 괴담이 사실일까? 마치 비둘기의 새끼는 참새라는 말처럼 진짜가 아닌 줄 알지만 뭔가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은 그런 이야기.
쌍둥이로 30년 넘게 살아온 내가 밝힐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아니 나 역시 쌍둥이들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 궁금했다. 그래서 우리 곁에서 숨어버린 그 꼬마 쌍둥이들 찾아보기 위해 이기록을 시작하기로 했다.
사람들 눈에 사라져 버린 그 쌍둥이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