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이 필요 없는 어른 쌍둥이의 삶

시선에서 사라져 버린 소감

by 오레오오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져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어른의 생활을 하고 있는 쌍둥이의 삶은 어떠할까?

그렇게 붙어 다닌 다른 한 명이 없음에 뭔가 부작용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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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이 없는 삶


어릴 적 쌍둥이로 지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필요에 의한 구분이었다. 무엇을 하든 일단 구분을 해야 된다는 것. 직접 경험이 없으니 아마 이해가 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중복되지 않게 하는 것에 매우 열심히였다. 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나 밥을 먹을 때 아니 생활 모든 면에서 우리는 누가 형인지 동생인지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거나 그들이 골라낸 후 다음 행동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일단 동생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했다. 그냥 텍스트로 설명하니 별거 아니라는 느낌이 들지만 매사 모든 행동과 생활 자체가 이런다면 정말 상당히 피곤하다. 몇십 년을 " 그래서 누구? 형이야 동생이야? 너 맞아? 이런 의심을 받으며 생활을 한다는 게 정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교복에 버젓이 이름이 쓰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명찰을 바꾼 건 아닌지 의심하며 몇 번을 물어본다. 반대의 경우의 스트레스도 있다. 묻지 않고 맘대로 맞다고 생각하며 오해하는 경우다. 동생인지 알고 동생 친구들에게 뒤통수를 맞는 일, 나인 줄 알고 동생에게 물건을 잘못 준일 등 너무 빈번하게 많이 일어났다. 이런 사고 때문에 우리의 구분은 꼭 필요한 거였다.

어쨌든 구분을 하던 안 하던 우리는 매사에 남들보다 한두 가지 절차가 더 필요한 존재였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어른이 돼서 가장 좋은 점은 내가 나인걸 확인받지 않는 것이었다. 내가 쌍둥이라는 사실도 모르니 그저 나를 나로만 생각하며 서슴없이 용건을 말하거나 행동했다. 서로 접점이 없는 공간의 사회생활 또한 어쩌다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내 주변 사람들이나 동생의 주변 사람들이 내가 아닌 동생을 , 동생이 아닌 나를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다. 원래부터 모두가 이런 생활을 해왔겠지만 근 20년을 가까이 확인받는 생활을 한 나로서는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하지 않고도 어떤 일이던 진행되는 매끄러움. 그동안 남들이 이렇게 지냈던 거구나 생각하며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구분이 없는 삶은 나에게 정말 엄청난 이벤트였다.


혼자라는 것은 생각보다 외로웠다.


사실 나는 지금도 혼자 자는 것보다 누군가 옆에서 같이 잘 때 더 숙면을 취한다. 아주 오랫동안 쌍둥이로서 항상 같이 자던 게 익숙해져 있었다. 자기 전에 별 얘기 아니더라도 소곤소곤 대화하던 게 익숙했고 그러다 다른 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잠들던 게 익숙했다. 홀가분하게 혼자만의 삶을 즐길 때도 저녁에 잠을 잘 때 알게 모르게 외롭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누가 옆에 없어 그렇다고 생각 못했다. 그저 잠이 안 오는 불면증 비슷하게 생각 들었는데 우연히 집이 먼 친구가 차가 끊겨 우리 집에 와 같이 잔적이 있는데 그날 생각지도 못하게 꿀잠을 잤다.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있는 습관 중에 하나였다.

처음부터 혼자였다면 몰랐겠지만 이런 게 외로움이란 건지 처음 알았다. 그리 크지도 않은 공간인데 어둠 속에 홀로 있다는 느낌이 내가 알 수 없는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때쯤 걱정거리나 힘든 일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어렸을 때 쌍둥이의 삶을 살 때 가장 좋았던 건 아무리 무서운 얘기라도 우리는 겁내지 않고 잘 듣고 보고했다. 꼬꼬마 시절 어린이들의 걱정은 무서운 것을 보거나 듣게 되면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어두운 곳을 가던가 잘 때를 걱정한다. 생각나서 무서울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도 아이에게 자극이 될만한 내용이 tv에서 나오면 보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어두운 곳을 다니던가 잘 때도 항상 옆에 동생이 있었기에 한 번도 그런 거에 무서워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혼자가 되니 무서움이 외로움으로 찾아온듯했다. 시간이 더 지나면서 남들처럼 혼자 자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지금도 옆에 누가 있는 게 잠은 더 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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