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랐지만 버리긴..좀
오늘도 하나 자랐다.
이번엔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
딱 보기에도 눈에 띄는 위치.
거추장스럽고,
손톱은 아직 뿌옇고,
움직임은 어설펐지만 분명히 움직였다.
자르는 데 익숙해졌다고 말하면 좀 이상하지만
사실이니까 어쩔 수 없다.
이제는 별로 주저하지 않는다.
가위를 소독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자른다.
그리고 피를 닦고,
그걸 휴지로 감싸고,
봉지에 넣고,
냉동실에 넣는다.
근데 오늘은...
좀 이상했다.
그 손가락을 들고 몇 초 정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작고, 어설프고, 어쩐지 안쓰럽게 생긴 그것.
딱히 정이 간 것도 아닌데, 버릴 수가 없었다.
손가락 하나인데,
그냥 손가락일 뿐인데.
나는 그걸 휴지로 감싸면서,
마치 부러진 인형의 팔다리를 감싸는 기분이 들었다.
‘미안해.’
이 말이 머리 속에서 저절로 튀어나왔다.
아니, 내가 정말 그렇게 중얼거렸는지도 모르겠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을 수는 없었다.
생각만 해도 어딘가... 끔찍했다.
그건 아직 내 일부였으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안에 붙어 있던 진짜 손가락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냉동실 문을 열었다.
손가락 전용 칸.
작은 반찬통 위에,
두 개의 손가락이 이미 누워 있었다.
오늘 그 옆에 세 번째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눕혔다.
약간의 공간을 두고.
문을 닫기 전에,
괜히 한 번 더 들여다봤다.
그 손가락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왜인지...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오늘의 평범한 일상
문자 온 줄 알고 폰을 열었는데,
카톡도, 메일도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손가락만 하나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