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안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아주 오래된 생물처럼,

by 오레오오

자르고,

싸고,

넣고.

이제는 마치

양치하듯,

세수를 하듯,

아주 일상적인 순서가 되었다.

오늘은 오른손이었다.

그래서 조금 불편했다.

왼손으로 가위를 들자니 자르는 게 깔끔하지 않았다.

한 번에 ‘딱’ 하고 잘라야 하는데,

두 번에 걸쳐 ‘짝-짝’ 하게 되니 기분이 찜찜했다.

피가 좀 더 많이 났다.

손가락이 화가 났나?


냉동실을 열었다.

오늘은 다섯 번째다.

이제는 숫자 세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익숙해졌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손가락들.

그 조용한, 차가운 손가락들.

마치 죽은 듯 가만히 누워 있던 것들이

...어쩐지, 모양이 조금 달라졌다.

기억 속보다 조금 더 곧아졌고,

손톱이 조금 더 또렷해졌고,

무엇보다 위치가... 살짝 바뀌어 있었다.

“내가 잘못 넣었나?”

입 밖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나는 그 말에 확신이 없었다.


나는 매일, 거의 같은 방식으로 넣는다.

가위질이 어설퍼도, 손가락 배열은 꽤 정갈했으니까.

근데 지금,

다섯 개의 손가락은 마치 서로를 향해

미세하게 틀어진 채 누워 있었다.

손가락들끼리 인사라도 하듯.

나는 문을 다시 닫았다.

그리고 잠깐,

아주 잠깐 다시 열었다.

모양은... 같았다.

하지만 느낌은 다르다.



그 차이는,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정적’이 아닌, 뭔가 살아 있는 느낌.

그것도 아주 오래된 생물처럼,

오랜 시간 숨을 참다가

방금 눈을 뜬... 그런 생물 말이다.

나는 냉동실 문을 다시 닫고,

가위를 씻고,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닦았다.

손끝에 찬 기운이 남아 있었다.

냉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니다.

냉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평범한 일상

편의점 가는 길에 고양이를 마주쳤다.

고양이가 내 손을 보고는 등을 팽팽히 세우고 도망쳤다.

내가 뭘 잘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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