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이상한 걸까?
오늘 아침,
내가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손이 아니라 냉동실이었다.
왜 그랬는진 모르겠다.
그냥 문득, 그런 기분이 들었다.
무언가 달라져 있을 것 같은 예감.
그리고 사실,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뭔지는 모르지만... 뭔가.
문을 열자
손가락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누워 있고, 싸여 있고, 조용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위쪽에서 세 번째 손가락이
다른 것보다 살짝... 미세하게 비스듬했다.
다른 손가락은 정확히 평행인데
그것만 약간 옆으로 기운 듯.
기분 탓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그 손가락만 다시 곧게 눕혔다.
정리정돈은 중요하니까.
그날 밤, 꿈을 꿨다.
손가락들이 마루에 앉아 있었다.
그 다섯 개가.
사람처럼, 둘러앉아 있었고
내가 입던 파자마 셔츠를 입고 있었다.
소매는 허공에 붕 뜬 채로.
기묘하게 귀여웠고, 기묘하게 무서웠다.
그중 하나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아니, 정확히 말하면 ‘손톱 방향’이 내 쪽으로 향했다.
그 손가락이 말했다.
“○○야.”
내 이름을 불렀다.
아주 부드럽고, 낯익고, 조용한 목소리로.
내 안에서 울리는 듯한.
나는 꿈속에서도 대답을 못했다.
몸이 굳은 채 그 손가락들을 바라만 봤다.
그중 하나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손가락이 손가락을 내민 셈이지만.
나는 그 손가락을 잡으려 했다.
정확히는, 닿기 직전까지 다가갔다.
그 순간,
딸깍.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에 깼다.
눈을 뜨자마자 손부터 확인했다.
새 손가락은 자라 있었다.
익숙하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하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훨씬...
사람처럼 생겼다.
그게 무슨 뜻인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손가락이 원래 사람의 일부잖아?
근데 그게 아니라,
'이건 손가락이 아니라 한 사람 같다’는 느낌.
작고, 눕혀 놓은 인간.
그런 느낌.
나는 그걸 잘랐다.
어제보다 조심스럽게,
어제보다 천천히.
그리고 다시 냉동실 문을 열었다.
세 번째 손가락.
꿈에서 내 이름을 불렀던 바로 그것.
오늘도 같은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내가 정리하지 않았는데도,
바로잡혀 있었다.
누가... 누군가가...
아니.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오늘의 평범한 일상
택배 아저씨가 내 손을 힐끔 봤다.
잠깐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가 먼저 시선을 피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