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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냉동실을 정리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내 손엔 손가락이 여섯 개

by 오레오오


오늘은

왼손 약지 옆에서 자라났다.

정확히 말하면,

‘약지와 새끼손가락 사이’에 또 하나의 손가락이 생긴 것.

그러니까,

잠깐… 지금 내 손엔 손가락이 여섯 개였단 말이지.

거기까진 참을 수 있었다.

나는 묵묵히 가위를 들었고,

소독하고,

심호흡을 하고,

딱—

한 번에 자르는 데 성공했다.

사실,

이젠 좀 능숙해졌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

냉동실 문을 열었다.

오늘로 여섯 번째.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굉장히… 사소하지만 확실하게.

손가락들이 다시 배열되어 있었다.

어제 내가 곧게 눕혀놓은 순서가 아니다.

첫 번째 손가락은 가장 왼쪽에 있었는데,

지금은 가운데쯤 와 있다.

두 번째는 사라졌고,

세 번째가 그 자리에 있다.

아니.

잠깐만.

두 번째는… 어디 갔지?




반찬통은 여섯 개가 그대로 있다.

하지만 손가락은 다섯 개뿐이다.

싸여 있는 휴지를 열어보니

…다섯 손가락.

분명히 하나는 빠져 있다.

나는 벽에 등을 붙인 채

그 문을 한참 바라봤다.

누가 열었을까?

설마,

내가 잠결에 열었나?

집엔 나 혼잔데.

그리고…

냉동실은 비밀번호가 필요하지 않잖아?

누구든, 쉽게 열 수 있잖아?

그때,

식탁 위에 놓아둔

가위가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얼떨결에 그것을 집었다.

그리고 그 순간,

손에 쥔 가위가 미세하게 따뜻하다는 걸 느꼈다.

금속이 이런 온도를 가질 수 있나?

방금 내 손이 닿았을 뿐인데,

마치…

누군가 한참 쥐고 있었던 것처럼.

그날 밤,

나는 냉동실에 작은 종이쪽지를 하나 넣었다.

‘혹시 너라면, 다음엔 나한테 말 걸어줘.’

이라는 문장과 함께.

물론,

손가락이 글을 읽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그 말이 틀렸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오늘의 평범한 일상

거울을 보는데,

내 손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손이 너무 익숙해서 몰랐는데,

… 이거 원래 이렇게 생겼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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