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반복되면 결국 생활이 된다
아침.
자연스럽게 눈을 떴다.
손을 확인했고,
새 손가락이 자라 있었다.
이젠 그냥
"아, 오늘은 이 손가락이구나."
정도의 감각이다.
익숙함이란 참 무섭다.
어떤 비정상도
매일 반복되면 결국 생활이 된다.
하지만 오늘은
그 일보다 먼저
냉동실을 확인하고 싶었다.
어젯밤 넣어둔 쪽지.
그 쪽지가...
어떻게 되었을까?
어제의 나는
반쯤 장난처럼 썼다.
반쯤은 진심이었고.
사실 마음속으론 아무 일도 안 일어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문을 열었다.
반찬통 위에 놓여 있던 하얀 쪽지.
그 쪽지가...
반으로 접혀 있었다.
아니,
어제 나는 절대 접지 않았다.
그건 확실하다.
그냥 넓게 펼쳐서 놓아뒀다.
심지어 냉동실 바람이 불어도 접힐 구조가 아니다.
그런데 지금,
너무 정확하게
딱 반으로.
정확히 누군가의 손에 의해 한 번 접힌 것처럼.
나는 숨을 참고
천천히 종이를 펼쳤다.
내 글씨는 그대로 있었다.
‘혹시 너라면, 다음엔 나한테 말 걸어줘.’
그 아래,
익숙하지 않은 필체가 추가되어 있었다.
작고 단정한 글씨.
그리고
검정 펜이 아닌, 연필로 쓴 흔적.
“지금 말하고 있어.”
나는 한참을 그 문장을 바라보았다.
숨을 참고 있는 줄도 몰랐다.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나서야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 짧은 한 문장이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모든 미세한 이상함을 한꺼번에 확신으로 바꿨다.
이건,
환상이 아니다.
환각도 아니다.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지금
말을 하고 있다.
나는 다시 종이를 들고
거기에 이렇게 적었다.
“너는 누구야?”
그리고 오늘 자른 일곱 번째 손가락 옆에
쪽지를 놓았다.
조심스럽게,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
딱 그 위치에.
냉동실 문을 닫고 나서도
나는 한참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리고 문득,
문 손잡이에
누군가의 지문이 겹쳐 있는 걸 보았다.
그건...
내 손보다 조금 더 작았다.
오늘의 평범한 일상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내 손을 스쳤다.
아무 말 없이,
가볍게.
근데 이상하게 그 감촉이
익숙했다.
너무, 익숙했다.
… 내 손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