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괴물을 그리고, 어른은 괴물의 사연을 만든다

아이들이 괴물을 그려왔다.

by 오레오오

아이들이 괴물을 그려왔다.

이빨은 열 개고, 팔은 세 개고, 눈은 어디 붙었는지도 모르겠는 그 괴물.

색깔도 정신없고, 얼굴은 절규에 가깝다.

나는 물었다.

“이 괴물은 뭐야?”

아이들은 대답했다.


“몰라요. 그냥 무서워서요.”


“얘는 나를 지켜주는 애예요.”


“엄마가 화낼 때 나와요.”


그림책 작가가 되는 순간

이 괴물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다.

나는 본능적으로 괴물의 이유를 찾는다.


왜 무서울까?

왜 팔이 셋일까?

왜 웃지 않을까?


그리고…

어느새 괴물에게 배경을 붙인다.

부모의 싸움, 친구의 따돌림,

지켜주고 싶은 마음, 말하지 못한 감정들.

괴물을 만든 건 아이지만,

그 괴물을 이해하려 애쓰는 건 어른이다.

우리는 그 사연을 상상하면서 아이를 이해하고, 결국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

아이의 낙서 속엔 어른이 못 푸는 질문들이 있다.





왜 나쁜 말을 하면 시원할까?

왜 어른은 화나면 조용할까?

왜 아무도 내 이야기를 끝까지 안 들을까?

괴물은 그런 질문들 속에서 태어난다.

아이의 손에서 그려지고,

어른의 마음속에서 길러진다.

나는 그 괴물들을 모아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든다.

괴물은 아이의 비밀 친구가 되고,

결국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아이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말한다.


“얘가 나랑 좀 닮았어요.”


그러면 나는 웃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응, 사실 나도 그래."

그림책을 만들다 보면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무서운 존재를 만나게 된다.

그건 바로,

아이들이 그린 괴물 속의

어른 자신.

매거진의 이전글그림책은 짧고, 나의 번뇌는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