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짧고, 나의 번뇌는 길다

한 페이지 한두 문장을 위해 한 달은 머릿속에..

by 오레오오

그림책은 짧다.

텍스트 기준으로는 300자 남짓.

긴 그림책이라 해도 1,000자를 넘기긴 어렵다.

한 페이지엔 한두 문장,

어떤 페이지는 말없이 그림만 있다.

금방 끝날 것 같지만,

이 짧은 글을 위해

나는 보통 한 달을 쓴다.

한 달 동안 300자.

그 안에는 썼다 지웠다를 백 번쯤 반복한 문장이 있다.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말인지 고민하고,

어른이 읽었을 때도 울컥해야 하니까

이건 거의 언어 조율의 마법이다.

“안녕?”이라는 단어를 쓸지

“안녕.”으로 끝낼지를 두고

반나절을 고민한 적이 있다.

느낌표냐 마침표냐,



그건 작가의 온도 차이다.

사람들은 그림책을 쉽게 본다.

“그거 몇 문장 안 되잖아.”

“아이들 책인데 뭐.”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는

간단하지 않다.

어른보다 더 복잡하고 예민하다.

그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본다는 건

내 감정의 선반을 몽땅 열어보는 일이다.

거기엔 내가 어릴 때 울었던 기억,

속상했지만 아무 말 못 했던 날,

그리고 지금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같이 꺼내진다.

그래서 번뇌는 길어진다.

짧게 말해야 더 깊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버릴 말이 하나도 없을 때까지 줄이고,

그 한 문장이 누군가에겐 하루치 위로가 되길 바란다.

그림책은 짧다.

하지만 짧아서 더 강하다.

바쁜 어른이 펼쳤을 때

단 세 문장만으로도

마음을 톡 건드릴 수 있어야 하니까.

요즘 쓰고 있는 한 문장은 이렇다.


“괜찮아. 다시 태어나도 너였으면 좋겠어.”


이 문장이 책에 들어갈지,

아니면 메모장에서 영원히 잠들지는 모르지만

나는 오늘도 그 문장을 위해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한다.

그림책은 짧지만,

작가의 번뇌는 길다 못해, 거의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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