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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 안의 손가락은.. 역시나 움직였다

by 오레오오

오늘은 자정이 넘어도 손가락이 자라지 않았다.

그게 이상했다.

내 몸이 고장 난 걸까,

아니면 끝난 걸까.

조금은 아쉬웠다.

그리고 조금은—

기다려졌고.

1시 36분.

세면대에서 양치를 마치고 고개를 드는 순간,

거울 속 내 오른쪽 어깨 위에

무언가 움직였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 같은 감촉.

한 마디,

두 마디,

조심스럽게 올라오는 그 리듬.

냉동실을 열었다.

그 안의 손가락들은 여전히 조용히 누워 있었지만,

단 하나—

어제 잘라 넣은 손가락이, 조금 다른 각도로 기울어져 있었다.

처음엔

내 착각인가 싶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쪽지가 옆으로 밀려 있었다.

마치

그 손가락이 직접 밀어낸 것처럼.

나는 멍하니 서서

그 손가락을 바라봤다.

손톱은 여전히 투명하고,

피부는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드랍게 빛났다.

그리고,

그 손가락의 관절이

천천히 한 번 굽혔다 펴졌다.

나는 뒷걸음질 쳤다.

믿을 수 없었다.

그건… 진짜 움직였다.

작은 경련도,

바람의 흔들림도 아니었다.

의도를 가진 움직임.

그리고

그 순간,

냉동실 뒷면에서

작은 쪽지가 툭 떨어졌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었던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쪽지를 펼쳤다.

글씨는 달랐다.

이번엔 연필이 아니라

파란 볼펜.


“찾았어. 그날 밤 너는 두 손으로 나를 덮었어.”


나는 순간 숨이 막혔다.

무언가 너무 깊은 장면이,

가슴 안에서 우르르 몰려왔지만 딱 한 컷만 남기고 사라졌다.

덮은 기억.

무엇을,

왜,

그리고 누구를.

그 손가락은 이제

다시 고요히 누워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움직이지 않았다는 듯.

나는 문을 닫으며

그들에게 속삭였다.

“…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늘의 평범한 일상

지하철 창문에 내 얼굴이 비쳤다.

그 옆에 누군가의 손이

잠깐 포개졌다.

손가락이 열두 개였다.

하지만

내 손은 가만히 주머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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