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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완 Jul 05. 2023

말하고 들을 수 있다면

농아인들과 삶을 나누며

  무더위와 장마에 불쾌감이 지속되는 여름 어느 날. 농아인을 만나기로 했다.

 수화를 할 수 없는 나는 농아인(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만나더라도 피하게 되거나 무심히 지나쳤었는데 그들을 직접 만나는 것뿐 아니라 감정을 나누며 얘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 되면서 서로의 마음을 잘 나눌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통역해 주신 분으로 인해 어려움 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세상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는 생각에 쉽게 자신들의 마음을 털어놓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자신들의 어렵고 힘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농아인들에게 자신들이 하루라도 들을 수 있다면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듣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  아이들이 우는 소리, 자동차 소리 등을 듣고 싶다고 했다. 엄마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와 우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서 물었다.

  '아이가 아파서 밤새 울고 신음하는데도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잠을 자느라 병원에 데려가지 못해서 아이가 열로 인해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울컥하는 모습,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를 듣지 못해 아이들이 다친 상황에 속상했던 기억 등을 말하며 자신들이 건강한 부모가 아니라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농아인이 그토록 듣고 싶은 '아이들의 우는 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나에게는 소음이 되어 내 아이들을 키울 때 아이들의 우는 소리 때문에 속상해하고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로 인해 화가 났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내게는 그렇게 힘들었던 소리들이 농아인에게는 그렇게 듣고 싶은 소리라는 생각을 알고 미안함과 무언지 모르는 울컥함이 느껴졌다. 


   말을 할 수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말과 하고 싶은 것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명절이나 가족행사로 가족들이 함께 모일 때에도 수화를 하는 가족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소통이 안 되어 혼자서 일만 하느라 슬프고 외로웠던 경험을 나누며 가족과 있을 때 작은 것에도 웃고 떠드는 것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아이들과는 눈 마주치고 마음껏 웃고 장난도 치고 싶은데 아이들과 소통이 안되어 답답하다는 말을 들으며, 요즘에는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가족임에도, 아이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가족들이 참 많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온 나는 농아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것, 순간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지 잊고 있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단지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것만이 아닌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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