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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완 Feb 11. 2024

손자인지 손녀인지 초음파 사진으로 만나다

아들 여자친구의 임신소식

하루 일을 마치고 차를 타려는데 작은 아들에게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 전화를 했다. 

'엄마! 좋은 소식이 있어,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네'라고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에 순간 당황했다. 


당황한 내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그랬어, 아들 축하한다!, 산모와 아이는 어때?

'모두 건강하대'

라고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흥분이 느껴졌다.

'엄마, 잠깐만, 

하며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바꾸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안녕하세요, 임신했다는 것을 알고 많이 당황했을 텐데 어때요?

'괜찮아요'

'임신초기라 조심해야 하니까 몸도 마음도 잘 챙기고 먹고 싶은 것도 사달라고 하세요'

 '네. 어머님 목소리가 편하고 좋네요. 다음에 뵈어요. 어머니'

라는 아들 여자친구의 인사를 들으며 나도 존댓말과 함께 엉겁결에 연결되었던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난 후  아들은 초음파 사진을 보내왔다.

차 안에서 아들이 보내온 초음파 사진을 보고 보고 신체의 길이를 표현한 숫자, 촬영시간, 아들 여자친구의 이름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있는 사진을 보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큰 아이를 임신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결혼 전에 열심히 사느라 내 생활을 거의 즐겨본 적이 없었던 나는 남편과 신혼을 좀 더 즐기다가 아이를 낳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빨리 임신이 되어 신혼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이 잠깐 스쳐갔고,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벅찬 감정과 내 몸에 새로운 생명이 잉태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남편 또한 정말 많이 좋아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작은 아들은 말이 별로 없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런 아들이 서른을 넘어서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고 아이를 가졌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어 좋기도 하면서 순간적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들 여자친구가 어떤 집안, 어떤 부모에게서 어떻게 교육을 받으며 자랐는지, 어떻게 만나 얼마나 사귀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여자친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단지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만으로 여자친구를 며느리로 맞이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혼란스러웠지만 새로운 생명이 잉태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 나는 어린 시절 큰 교통사고로 인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경험한 아들이 걸을수만 있어도, 뛸수만 있어도, 건강한 아이로 자랄수만 있어도 생각했었던 아들이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서 성인이 되고 서른 살을 넘어 자기가 좋아하는 여성을 만나고 아이의 아빠가 된다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정말 고마웠다. 


작은 아들의 여자친구 임신소식을 접한 큰 아들은 

'엄마! 욱이 여자친구가 임신을 했다는 것이 나는 마음이 참 편하네'라며 웃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어.'

'엄마, 아빠에게도 손자가 생겼으니까, 큰 아들인 내가 꼭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었잖아요'

'엄마, 아빠가 너에게 꼭 결혼을 강요하지 않았는데 그런 부담이 있었네'

 '어쨌든 이제는 그런 마음을 안 가져도 되니까 한결 편해졌어'

라는 말에 아들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기도만 했을 뿐인데도 부담을 느꼈다는 사실에 놀랐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집안, 학벌, 직업, 외모, 나이, 경제적인 것 등 조건이나 상황을 따져서 결혼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결혼해서 살아가는 다양한 부부를 보면서 조건이 꼭 행복한 결혼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할 때면 그런 조건보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며 살아갈 있는 지혜로운 사람들이기를 기도했었다. 

  내가 기도했것처럼 아들은 여자친구와 서로 아끼고 존중하고 살아갈 것이라는 믿음과 내가 믿아들이 선택한 여성이기에 아들의 선택을 믿게 되니까 혼란스러운 마음이 편안해졌다.

  초음파 사진으로 먼저 만난 손자인지 손녀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 가족으로 와서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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