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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완 Aug 20. 2024

돌 지난 아이도 자기감정을 조절한다.

부모여행으로 할머니와 지내게 된 손자 감정

여름의 무더위가 강렬해진 시기에 여기저기 휴가 얘기를 한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작은 아들 부부가 어린 손자를 놓고 놀러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는지 부부 둘이서만 놀러간 적이 없었는데 손자가 첫 돌이 지난 얼마후 아들이 며느리와 단둘이서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부탁을 한다.


 '엄마! 육아에 지친 와이프와 1박 2일 휴가를 다녀오려고 하는데 00 이를 봐줄 수 있어?

 '엄마는 손자와 지내면 좋지. 그런데 00 이가 밤에 너희 없이 잠을 잘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달에 한 번정도 얼굴을 보는 손자가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와 잘 잘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을 얘기했더니

 아들부부가 손자가 나와 우리 집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게  휴가 전날에 와서 하루를 보냈다.


이튿날 휴가를 떠나며 손자에게 미안해하는 아들 며느리에게 남편은 손자 모르게 얼른 가라고 손짓을 했으나 나는 그래도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고...

아들부부, 우리 부부, 손자가 함께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에서 함께 놀던 아들이


'00아! 엄마, 아빠가 오늘 밤에 자고 내일 올 거야'라는 말과 함께 손을 흔들고 떠나는 모습에 손자는 말을 알아 들었는지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얼른 우는 손자를 안으며. 아들, 며느리에게는 잘 다녀오라며 얼른 가라고 손짓을 했다.

내게 안겨 그네를 타던 손자는 엄마아빠가 눈에서 멀어지자 울음을 그쳤고, 나와 할아버지와 시소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고 놀다가 집에 왔다.


집에 와서 노는 손자의 모습을 보는데 내 마음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주는 음식을 먹고 할아버지와 놀고 있는 손자가 기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모와 있을 때는 마음껏 떼를 쓰기도 하고 소리도 치던 아이가 부모가 없으니 기운이 없는가 싶어 먹을 것도 더 챙겨주고 잘 놀아주려 애쓰다보니 저녁이 되었다.



손자가 자기네 집에서는 보통 저녁에 8시 이후가 되면 목욕하고 잠자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우리는 손자가 잘 시간이 되었다는 생각에 

'00아! 할미랑 코~ 자러 갈까?'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잠자기 싫어', '더 놀고 싶어?'라는 말에 

(방긋 웃는다)

손자와 함께 놀다보니 9시가 훌쩍 넘었고 손자의 눈꺼풀은 풀어져 보였다.


'00아! 할미랑 코 자러 갈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손자는 현관을 가리키며 '아빠, 아빠'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때 내가 손자를 얼른 안으며 

'00아! 아빠엄마가 보고 많이 보고 싶지'라는 말에 

손자는 내 목을 꽉 껴안고 흐느끼다가 울음을 터트렸다.

자기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지만 할머니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니까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는 손자를 보며 하루종일 부모가 보고 싶지만 그 감정을 참은 손자가  안쓰러운 마음에 나도 눈물이 났다.


손자가 한참을 울고 난 후

'할미랑 코~자고 나면 내일은 엄마아빠가 올 거야'라는 말에 손자는 울다가 지쳐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잠이 든 손자를 보면서 말하지는 못하지만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며 조절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내 아이들을 키울 때는 느끼지 못한 신기함을 느끼기도 하고

어른들이 아이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른에게 맞추며 살아가고 있구나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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