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기 울던 날

소방안전관리자

by 신킹스

소방 용품 중에는 화재 경보기라는 것이 있다.

요즘 건물 천장을 바라보면 심심치 않게 발견되며 화재 발생 시 열이나 연기를 감지하여 경보음을 울리는 소방 설비로써 예전에는 차동식, 정온식, 광전식이라고 불렀으나 지금은 열 감지형, 연기 감지형, 불꽃 감지형으로 부른다. 이전 한자어의 명칭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용도를 알 수 있어서 좋다.

다른 제품으로는 제세동기(除細動器) 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일본식 한자어로 지금은 심장충격기라 한다. 이러한 추세는 바람직하다.

이렇게 경보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가격도 천차만별이나 어쨌든 화재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현대에서는 없으면 안 되는 꼭 필요한 소방 설비다. 화재로 인해 인적, 물적 사고가 많아지면서 소방 설비는 발전해 왔고 새로운 건물에는 엄격한 기준으로 다양한 설비를 갖추어야만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다.


이렇게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꼭 필요하고 저렴하면서 요긴한 경보기가 가끔은 사람을 힘들게 할 때도 있다. 특히 장마철의 습한 날씨에는 그 자체로 경보기의 오작동을 부른다. 놀라고 귀찮긴 해도 낮엔 쉽게 대응을 할 수 있지만 다들 퇴근한 사무실에서 경보기가 울리면 발신기에 녹음된 “화재 발생” “화재 발생” 다급한 멘트를 소방서로 보내고 더불어 소방안전관리자의 전화기도 울린다.

실화인지 오작동인지 구분할 수 없으니 밤이든 새벽이든 전화가 걸려 오면 시설의 소방안전관리자는 무조건 출동해야 한다. 자격 수당을 별도로 받는다고 해도 그 업무를 맡지 않으려 한다. 수당에 비해 일이 많고 무엇보다 화재 발생 시 여러 가지 형사적 민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큰 압박이다.

특히 사망 사고라도 났다 하면, 물론 모든 소방 업무를 완벽하게 했다며 형사처벌은 면하겠지만 기본업무 외에 소방을 더하는 방식이다 보니 완벽한 일처리에 빈틈이 생길 때가 있다.

금전적인 문제도 크다. 장비들이 거의 고가이고 고장도 자주 발생하며 그때그때 수리를 하고 교체를 해야 하나 지방은 업체 섭외도 어렵다 보니 소방서에서 요구하는 모든 것을 갖추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나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사 일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1급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이 있어 사회복지법인에 입사 후 자연스럽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 되었다.


어느 날 새벽, 그것도 렘수면인 단계인 새벽 2시쯤 전화벨이 울리니 예의 그 “화재 발생” “화재 발생”이라는 소리가 나를 깨운다. 요양원에서 야근을 하는 선생님들이 불도 나지 않았는데 경보기가 울려 어떻게 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다급한 목소리를 쏟아 낸다.

경보기 오작동일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급하게 현장에 가보니 벌써 여러 대의 소방차와 구급차가 시끄럽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몇몇 어르신들은 잠이 깨어 어수선하다. 소방관과 경보기를 확인하고 복구 버튼을 누르니 상황이 종료되고 소란도 종료되었다.

어르신들을 안심시키고 요양 선생님들에게 상황 설명 후 집으로 돌아오니 잠은 저 멀리 달아나 있다. 피로가 몰려온다. 그런데도 정신은 명료하다.

경보기가 울던 새벽 시간에 여러 명의 소방관과 소방안전관리자인 내가 혹시 모를 화재를 대비하고 그로 인해 어르신들과 요양 선생님들이 편하게 생활하신다고 생각하니 까짓 피로쯤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과 더불어 뿌듯함이 몰려온다.

그래 나는 1급 소방안전관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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