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적긁적
아이가 일어섰다.
그리고 뒤돌아 장난감을 향해 걷는다.
난 그렇게 그의 뒷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평생 내 곁에서 분유를 먹고
잠들 것 같던 아이
한달음에 훌쩍 커버렸고
급기야 내 곁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져 간다.
거울을 보자 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흰색 머리가 드문드문 보이자
지나온 시간이 새삼 와 닿는다.
아이의 뒷모습이 제법 익숙해질 즈음
또 다른 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평생 그의 뒷모습만 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날 마주 보며 괜찮다고만 읊조린다.
언제나처럼, 늘, 바보같이.
태어나서 가장 오랜 시간 마주 봤던 사람
그리고 가장 오래 뒷모습을 보았던 사람
그 사람을 다시 마주 보는 심경,
글로 담을 수 없었다.
괜찮다 괜찮다 하는 그의 말에
뒤돌아 집을 향하는 나의 뒷모습
그는 혼자 이렇게 되뇌일지 모른다.
잘 컸구나, 혼자서도 씩씩하게.
난 나의 길을 걸었고
그는 날 멀리서 지켜보았을 것이다.
난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볼 것이고
아이는 혼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이제야 알았다.
뒷모습에 가려진 삶의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그리고 몰랐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