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적긁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부자 Sep 14. 2018

뒷모습

글적긁적

아이가 일어섰다.

그리고 뒤돌아 장난감을 향해 걷는다.

난 그렇게 그의 뒷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평생 내 곁에서 분유를 먹고

잠들 것 같던 아이

한달음에 훌쩍 커버렸고

급기야 내 곁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멀어져 간다.


거울을 보자 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흰색 머리가 드문드문 보이자

지나온 시간이 새삼 와 닿는다.


아이의 뒷모습이 제법 익숙해질 즈음

또 다른 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평생 그의 뒷모습만 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날 마주 보며 괜찮다고만 읊조린다.

언제나처럼, 늘, 바보같이.


태어나서 가장 오랜 시간 마주 봤던 사람

그리고 가장 오래 뒷모습을 보았던 사람

그 사람을 다시 마주 보는 심경,

글로 담을 수 없었다.


괜찮다 괜찮다 하는 그의 말에

뒤돌아 집을 향하는 나의 뒷모습

그는 혼자 이렇게 되뇌일지 모른다.

잘 컸구나, 혼자서도 씩씩하게.


난 나의 길을 걸었고

그는 날 멀리서 지켜보았을 것이다.

난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볼 것이고

아이는 혼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이제야 알았다.

뒷모습에 가려진 삶의 이야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그리고 몰랐다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사자성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