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5년만에 홈페이지를 다시 만들었다.
처음엔 창업하는 회사에 걸맞게
대표라는 직함에 어울리게
나란 사람을 돋보이게
무던히도 신경써서 만들었다.
사업자등록증이 나오고
홈페이지가 만들어지고
명함에 대표란 직함이 찍히고
딱 6개월.
6개월 동안 혼자 꿈속을 해매었다.
아는 지인들도
앞서 작업을 의뢰했던 업체도
나와는 상관없었다.
대기업 광고를 기획하고
마케팅 프로모션을 만들었지만
그들과 나는 다른 세계에 있었다.
홈페이지는 6개월이 채 되지 않아 닫았다.
부끄러웠다.
지난 몇 달간 자만심에
나에게 투자랍시고 산 옷들과
나에게 투자라며 꾸민 사무실과
나에게 투자라며 산 업무기기.
너무 부끄러웠다.
구입 영수증은 있지만 매출 영수증이 없는
내가 나에게 너무 부끄러웠다.
그 길로 내가 하는 일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
몸을 의탁하며 현실적인 생활을 꾸려 나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불평 아닌 불평을 하면서도
떠나지 않았고 나가지도 않았다.
나는 나에게 내 능력을, 내 신뢰를,
나에게 회복해야만 했다.
이직 이후 4년 6개월 만에
전국 대리점 매출 상승률 1등을 만들었다.
문에창작과를 나와서
몽키스패너도 모르던 내가
굴삭기의 메인펌프며
지게차의 엔진부속을 공부하며
5년을 버티었고 또 버티었다.
낮에는 유과장으로 밤에는 여전히 내 꿈속에 있는 유대표로
하루하루 버티듯 살던 내게 유과장이 유대표에게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할 수 있다면 해봐, 포기하지 말고."
작년 11월부터 구상된 홈페이지가
그렇게 5년만에 내게 돌아왔다.
여전히 난 낮에는 유과장.
밤에는 유대표이지만
그 전의 유대표와는 다르다.
아니 다를 것이다.
바닥에서
더 낮은 곳에서
내가 바라는 꿈이
내가 바라는 도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음을
유과장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일로 도약하자.
어제의 나를 발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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