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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Mar 20. 2019

십분토론

2019년 KB창작동화제 낙선작

                   

십분토론




“안녕하십니까? 매주 새로운 주제로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십분 토론 사회자, 김숙제 인사드립니다.”

이마에 숙제라는 하얀 머리띠를 맨 채 카메라를 보고 인사하는 김숙제. 

“오늘의 토론 주제는‘국경일, 이대로 괜찮은가’입니다. 먼저 국경일을 줄여야 한다의 청소년 경영위원회의 반경영 위원님과 리얼리티 예능동아리 연합회장 웃기고 위원님이 나오셨습니다. 그에 반대 입장으로 국경일은 지켜야 한다의 청소년 역사위원회의 나역사 위원님, 붉은 악마 주니어 팬클럽 회장 레드썬 위원님이 이 자리에 함께하였습니다. 먼저 서로 인사하시고 자리에 앉아 토론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오른편에는 반경영 위원과 웃기고 위원이 앉고 왼편에는 나역사 위원과 레드썬 위원이 앉았다. 

“먼저 오늘의 주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철없는 학생, 노칼슘 리포터가 하겠습니다.” 

“요즘 아시다시피 경제가 무척 어렵습니다. 국내외 경제여건을 불안하게 하는 전쟁과 유가상승, 환경문제로 인한 기후 변화 등 여러 가지 문제와 더불어 기술 개발에 의한 인력 감축 및 무역 갈등이 사업 경영에 많은 어려움을 만들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런 국내 경제와 더불어 국내 역사의 외교적 문제까지 경영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의견이 있어 경제적으로 협력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와의 무역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 일부 국경일을 해제하자는 방안이 논의되어 파장이 일고 있는데요. 이에 청소년 대표 위원님들을 모시고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자료화면 잘 보셨죠? 그럼 먼저 국경일 폐지에 대한.”

“잠시만요, 사회자님. 지금 시작부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나역사 위원님, 어떤 문제가?”

“지금 아무도 지적하고 있지 않으신데 노칼슘 리포터가 입은 옷 이상하다고 생각하신 분 없으십니까?”

“옷이요? 가성비가 좋아 보이는데요.”

“반경영 위원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지금 노칼슘 리포터가 입은 욱일기 티셔츠를 보고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나 역사님, 지금 욱일기 티셔츠가 뭐가 중요합니까? 저걸 입었다고 해서 경제가 죽습니까? 어떤 옷이든 예쁘면 입고 싸면 좋고 소비가 돼야 경제가 살아날 거 아닙니까?”

“역시 반경영 위원님의 말은 나이스 합니다.”

“웃기고 위원님은 잠깐 조용해 주시고요, 욱일기 티셔츠의 의미를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저는 알고 있지만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회자가 짐짓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건 제가 설명드리지요. 우리나라의 고유한 역사, 그리고 전통을 상징하는 게 무엇입니까? 바로 도깨비입니다. 우리가 동화로 읽어왔던 혹부리 영감의 도깨비, 즉 일본의 도깨비이자 요괴인 오니가 아닌 우리의 가족과 안녕, 행복을 지켜주는 이 붉은 악마의 상징이 바로 도깨비라는 겁니다.”

“아니, 레드썬님, 지금 토론 중에 졸으셨어요? 왜 갑자기 도깨비 말씀을 하십니까?”

“웃기고 님, 잠깐 말 끊지 마세요. 그러니까 맨날 웃기는 양반이네. 이런 소리 듣는 거 아닙니까?”

“뭐라고요? 정말 리얼하게 얘기하시네,”

“아아, 진정들 하시고 시청자 여러분 시작한 지 3분 만에 아주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레드썬님 마저 말씀하시죠.”

“즉, 도깨비가 상징하는 역사가 바로 우리의 역사인 것처럼 욱일기는 일본의 군국주의 바로 일제강점기를 주장하는 제국주의적 사고의 상징이다 이겁니다. 이걸 일제 식민지 생활을 했던 우리 국민이 멋있다고 입고 싸다고 입고하는 게 정상적인 겁니까?”

“레드썬님, 그러니까 그런 국수주의적인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는 거예요. 경영해보셨어요? 경영은 오로지 이익이 나야 합니다. 우리가 학교 앞에서 컵뽁이 얼마에 드세요?”

“천 원이요.”

“여러분, 집에서 해 먹으면 이천 원이면 세 명이 먹습니다. 근데 왜 사 먹죠? 맛있으니까. 그리고 간편하니까. 편리하면 소비하는 겁니다. 욱일기? 군국주의? 경제가 우선입니다. 정신 좀 차리세요.”

“반경영 님 말이 심하시네요. 한 가지 묻겠습니다. 그럼 국경일에서도 왜 굳이 3.1절만 공휴일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제가 돌아가려면 일을 해야 합니다. 그죠? 근데 쉬는 날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쉬는 날이 많아지면 경영이 어려워집니다. 막말로 맨날 쉬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웃기고님 언제적 유머를 하고 계신 거예요? 토론 중에 유머 욕심은 자제해 주세요. 주의드립니다.”

“ 네, 알겠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솔직히 국경일 중에서 3.1절이 딱히 기념할 건 없지 않습니까? 만세 운동했다고 독립한 것도 아니고.”

“정말 웃기고 있네.”

“레드썬님, 말씀 조심해주세요. 사회자로서 주의드립니다.”

“네, 조심하겠습니다.”

“지금 반경영 님하고 웃기고 님이 놓치고 계신 게 한 가지 있습니다. 3.1절 만세운동이 어떤 의의를 가지느냐에 대해 전혀 이해도 안 하고 공부를 안 하신 거예요. 단순히 전국적으로 만세운동이 있었다란 교과서적인 답만 하시잖아요.”

“원래 공부는 교과서가 기본입니다.”

“웃기고 님, 주제에 벗어난 말씀, 다시 한번 주의드립니다. 세 번 이면 다음 토론에 나오실 수 없습니다.”

“네, 참고하겠습니다.”

“3.1절이 왜 중요하냐면 만세 운동을 통해서 임시정부의 필요성, 즉 정부 설립의 토대를 만들고 전 세계 인권선언보다 이십여 년이 앞서 인권에 대한 입장을 전 세계에 주장하였으며 동아시아의 평화와 독립에 대한 온 국민들의 자긍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무서운 일제시대에 일본군의 총, 칼 앞에서 말입니다.”

“사실인가요?”

웃기고 위원이 사회자에게 되묻자 사회자가 사실이 맞다며 자세한 사항은 기미독립선언서 번역본을 읽어보라고 답변했다.

“흠흠, 그렇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반경영 위원이 나역사 위원에게 되물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실패를 했지만 여러분이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만 독립운동을 한 게 아니라 여러분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나라 독립을 위해 휴대폰도 없던 시절에 다 함께 나라를 위해 독립의 희망을 갖고 비폭력 평화주의를 실천하셨다는 게 얼마나 의미가 있습니까?”

“비폭력 평화주의요? 나라를 빼앗겼는데 왜 비폭력 만세운동을 합니까? 총, 칼로 무장하고 싸워도 모자랄 판에.”

“봐봐요, 반경영 님. 당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의 내용이 바로 힘과 권력으로 억압된 민족들은 독립적인 국가를 형성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일본 식민지였던 우리가 일본을 상대로 무력 항쟁을 할 경우 힘과 권력으로 억압되었다는 명분이 상실될 수 있기 때문에 비폭력 평화 만세 운동을 벌인 겁니다. 당연히 일제에 의한 희생이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아, 그건 미처 몰랐네요. 정말 무서우셨을 텐데.”

“당시 기록에서는 약 200만 명 이상이 전국 팔도에서 만세운동을 했고 당시 일제에 의해 2만 5천 명 이상이 일본군경에 의해 사망했다고 하니 보통의 용기로 거리로 나온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여기서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독립운동가도 기억해야 하지만 그 뒤에서 이름 없이 희생하신 많은 조상님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때 토론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벌써 토론시간 십 분이 지났습니다. 끝으로 각자의 의견을 짧게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반경영 위원님.” 

“토론에 앞서 경영자의 입장에서 쉬는 날이 많고 또 국경일 중에서 3.1절은 그냥 삼월 첫 번째 날, 쉬는 날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두 위원님들의 말씀을 듣고 보니 경영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우리가 지금까지 발전한 경제적 토대이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되어 국경일 축소, 3.1절에 대한 주장은 철회토록 하겠습니다.”

“웃기고 위원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반경영 위원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덧붙여 3.1절, 광복절과 더불어 임시정부 수립일도 공휴일 지정을 검토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이었지만 이 시간부로는 찬성하며 쉴 땐 쉬되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두 분의 답변 감사합니다. 지금 시간이 없는 관계로 나역사 위원님과 레드썬 위원님 두 분 중 한 분의 말씀만 더 듣겠습니다.” 

나역사 위원이 레드썬 위원에게 손으로 마이크를 건넸다. 

“그럼 제가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역사는 우리의 삶입니다. 그리고 사람입니다. 책 속의 사건과 날짜를 외우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거리, 우리가 마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 속에 우리들의 역사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레드썬 위원님의 말씀까지 잘 들었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토론을 진행했지만 우리 모두가 민족적 자긍심을 갖고 아직 해결되지 못한 친일청산과 과거사 문제, 끝으로 일본의 사과 등은 여전히 우리의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부탁드리며 지금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철없는 학생 노칼슘 군만 얼굴이 빨개진 채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습니다. 다음부턴 욱일기 티셔츠 입고 철 없이 행동할 일은 더 이상 없겠죠? 지금까지 세상의 모든 주제 청소년이 말한다. 십분토론을 시청해 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드리며 곧 있을‘남북한 통일, 일본과 역사로 싸워야 한다’주제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토론을 마치고 반경영위원과 웃기고위원, 나역사위원, 레드썬위원이 태극기를 가운데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훗날 이 사진은 2020년 청소년 역사 콘텐츠 기획으로 선정, 남북한 청소년 역사교육 동영상 자료로 활용되어 주입식 역사 교육이 아닌 토론을 통한 이해 중심의 역사 교육의 출발점으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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