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안 간다.
여행을 간다.
새벽에 떠나 아침 이슬 맞으며
낯선 곳으로 떠난다.
하기 싫은 운전대를 부여잡고
방긋 웃는 아들의 옹알이를 음악 삼아
아내의 맛있는 간식을 입에 물며
휴가라고 이름 붙인 그곳을 향해 간다.
아침 9시가 채 되지 않아 울리는 전화기
나를 반갑게 아니 긴급히 찾는 전화에
짐을 풀다 말고 통화를 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아내의 짜증이 무더운 열기만큼이나
아스팔트 위로 스멀스멀 올라올 때
과감하게 전화기의 전원을 끈다.
하지만 이내 불안함에 켜놓은 전화기
아내 눈치에 전전긍긍하던 전화기는
안절부절 배터리만 깜빡이다
깊은 잠을 청하고 그제야 내 마음 편히 휴가를 즐긴다.
충전 없는 전화기의 기나긴 수면
회사를 떠나
일을 떠나
드디어 휴가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