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만났다.
얕은 파도가 일렁이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수영복에 구명튜브,
수영모에 물안경까지
바다를 마주하기 위한 만만의 준비
그 마지막에 아버지가 있었다.
파도의 일렁임이 잔잔하던 차에
한 번씩 심술이라도 난 듯 세차게 몰아치자
아이는 금세 울음을 터드리며 아뻐를 찾았다.
아빠는 아이를 가슴에 앉은 채
바다와 파도와 모래와
함께 어울리는 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아빠의 목덜미가 시뻘겋게 탈 즈음
아이는 그렇게 바다와 파도와 모래와 친구가 되었고
아빠라 불리던 사나이는 어느새 아버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