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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Dec 17. 2019

친구를 보았다.

집에서 글적긁적



지난 주말 친구를 보았다.

유리창 너머, 마스크를 쓰고 케이크를 만드는 그.

강남에서 파티쉐로 일했던 그가 시원한 바닷바람이 부는 강릉에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오랜만이었다.

친구를 만난 지도 기존의 일과 다른 업종으로 이직한 그를 본지도.


바쁜 시간이라 기다려 달라는 그의 말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집에서 친구가 만든 모든 케이크와 빵을 구입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하나하나 맛을 보며 결론을 내렸다.

"맛있다. 진짜 맛있어."

은근히 입맛 까다로운, 그리고 케이크를 취미로 만드는 아내의 말에 나까지 어깨가 으쓱해졌다.


친구는 점심시간을 기해 우리 자리로 왔다.

작업실에서의 친구와 내 앞에 앉은 친구의 모습이 사뭇 낯설었다. 

"멋지더라."

"멋지긴, 오느라 고생했다."

서로 멋없는 안부만 주고받았다.

"언제까지 여기서 일하는 거야?"

"여기 성공시키고 나도 독립해야지. 그러려고 여기 온 거고."


친구는 그렇게 나에게 또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하고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첫 직장이었던 학원강사 때 함께했던 아이들의 진로에 대해 조언은 했지만 

정작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선 "성공"이란 목표는 없었다.

지금도 그 기준이 가늠되지 않기에.


집으로 돌아와 친구의 사진과 가게를 다시 보면서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는 나와의 약속, 

그리고 아내에게 맛있는 케이크, 

가족과 함께한 즐거운 여행.

나 자신의 "성공"이란 목표는 막연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나와 가족의 작은 약속은 "성공"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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