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글적긁적
내가 널 왜 우습게 보는 줄 알아?
헛똑똑이니까.
돈을 버는 방법? 전략?
그게 그렇게 중요해?
돈은 사람을 따라가, 거지에게도 가고 금수저에게도 가고.
난 그 가는 길목에서 고개만 숙이면 돼.
돈에 계급은 없거든.
돈은 돈이야, 그래서 좋아.
솔직하니까.
어때? 나랑 일해볼래?
어디에서 고개를 숙이면 멋있게 돈 버는지 요즘 감이 오거든.
- 진수와 준석의 만남중 -
아는 척하지 마, 나서지도 마.
정의? 천재?
그 알량한 신념이 우리 사회에서 뭐라도 될 것 같아?
내 손에 쥔 이 망치가 몇 백억 계약을 위한 펜보다 더 값진 걸 이제 알았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세계는 차라리 지옥이야.
어쩌면 난 지금이 더 행복한 지 모르겠다.
내가 날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 준석,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중 -
얼마 전부터 준석이란 캐릭터의 일기를 쓴다.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지 스케치를 하면서.
하지만 막상 그의 삶을 써 내려가니 참 재미없고 답답하고 불쌍했다.
조금 멋있었으면 좋겠고 조금 폼도 나면 좋겠고 조금 비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렇게 써 나갈수록 처음 내가 기획했던 주인공과 점점 달라진다.
도덕책을 쓰는 게 아닌데...
멋지게 망가뜨리고 싶은데...
문득 준석의 이름을 바꿔야 할까 심히 고민해 본다.
페르난도,
이 정도라면 자유로운 영혼으로 내게 다가올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