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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부자 Feb 04. 2020

모르면 모른다고.

집에서 글적긁적

글과 관련해 부업으로 종종 일을 한다.

인사말 대행부터 인터뷰, 취재 글까지.

어떤 일이든 글을 쓰고 글로 마무리하기에 늘 재미있다.


하지만 간혹 일하는 와중에 일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지시만 하는 이를 만날 때가 있다.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면 일의 방향성 정도는 제시해 주어야 함에도 알아서 하라고 한다.

아니 그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 


주로 내가 쓰는 글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쓰는 취재 업무가 주이다 보니 재미 삼아 쓰는 소설처럼 상상을 더하면 안 된다.

그래서 기본적인 설명이 주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그냥 알아서 쓰라는 그분의 업무 지시에 차오르는 분노와 짜증에 오늘 저녁을 낭비하고 말았다.


우연히 사무실에 오신 장모님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와중에 온 전화.

업무시간이 끝난 시간임에도 전화를 해주시는 매너. 

게다가 앞서 설명한 내용에 부연 설명을 덧붙였으나 똑같은 업무지시.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장모님 앞에서 불꽃같은 통화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끝냈다. 

그 길로 사무실로 돌아가 요청한 업무 사항을 바로 써서 보내줬다.


읽었지만 답은 없다.

아마도 내일 그 위의 상사의 이름을 빌려 말할 듯하다.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지금 쓰는 이 글에서 그려진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 글을 쓰면서 그 분노가 점점 사그라든다.

아니 소멸되고 있다.


혼자 열 내면서 일기 아닌 일기를 쓰는 내가 웃기기도 하고 

모르는데 자꾸 알려달라고 해서 답답할 그가 불쌍하기도 했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 그건 실로 어렵긴 하겠다.

나도 되돌아보자.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고. 

그리고 혹시 내가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오늘을 잊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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