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적긁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부자 Jul 28. 2020

열정을 복사할 수 있다면.

어제는 지인의 소개로 미용재교육 아카데미에서 헤어모델을 하게 됐다.


원체 헤어스타일에 둔감한데다 패션 감각이 없지만  


최근에 준비하는 드라마 원고가 계속 드랍되고 출판 준비 중인 원고도 막히는 터라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며칠 전 사전 약속을 하고 변신의 전환점을 꾀하며 하루하루를 기다렸다.


덥수룩한 머리, 아쉬운 얼굴, 심심한 표정까지... 


의자에 앉자 갑자기 창피함이 몰려왔다. 


강의를 들으러 오는 수강생들이 이런 초췌한 날 보러 올 텐데, 아 수건으로 얼굴 좀 덮어줬으면... 


강의 전 펌을 하기 위해 커트부터 들어갔다.


찰칵찰칵 사진과도 같은 섬세한 가위 소리


잠시나마 움츠렸던 내게 묘한 설렘을 선사해주었다.


본격적인 강의는 오후 8시가 돼서 시작되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 헤어스타일을 다듬고 설명을 하며 아이언 펌을 진행하셨다.


내 머릿결과 두상, 들어가는 헤어 상품의 용량과 PM 등 다양한 기술적인 용어와 액션을 통해서


내 헤어스타일이 조금씩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고 


내 마음도 쑥스러움에서 진지함으로 


그리고 수업에 임하는 강사와 수강생들의 대화를 고객으로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려운 그들만의 용어가 고객에게 서비스로서 이해가 쉬운 단어로 해석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샴푸실을 다녀오고 마지막 뒷정리 커트가 있었다.


그리고 거울이 짜쟌! 


굳었던 내 얼굴에 나도 모르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는 것 마저도 쑥스러워 애써 표정을 감췄지만 비포, 에프터로 보니 확연히 티가 났다. 


헤어모델로서의 변신은 대성공이었다. 




강의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렸다. 


신나는 클럽 음악과는 별개로 문득 내게 질문이 던져졌다. 


드랍된 원고를 보며 왜 안주하고 있어?


재미난 아이디어에 대한 지인들의 칭찬에 혼자 만족하는 거야? 


질문에 답은 늦은 밤까지 공부하신 디자이너와 원장님들이 말없이 알려주셨고


핸드폰도 볼펜도 내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던 그 시간, 


수없이 눈으로 읽어 내려간 교육장의 슬로건도 내게 말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주차장에서 2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